14일 폐공장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F1963’에서 방문객들이 책을 읽고 있다.
14일 폐공장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F1963’에서 방문객들이 책을 읽고 있다.
부산 옛 고려제강 공장
복합문화공간으로 부활

부산市· 업체 함께 67억 투입
와이어· 철제빔 옛 흔적 보존

교육공간·카페 갖춘 문화명소
야외·실내정원은 친환경 조성

연말까지 ‘사운드 아트’ 전시
내년 ‘세계인문포럼’ 개최도


민관의 공동 노력으로 폐공장이 대형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해 인기를 모으고 있다. 부산 수영구 망미동 옛 고려제강 생산공장은 ‘F1963’으로 재탄생했다. 공장(Factory)과 설립 연도를 따서 지은 이름이다. 이곳은 차를 마시며 책을 보고, 전시예술을 감상할 수 있어 주말에는 수천 명씩 찾는다. 가족 단위 시민들에 이어 외부 관광객까지 입소문을 듣고 몰려들고 있다.

원래 이곳은 고려제강이 지난 1963년부터 45년간 가동하고 2008년에 문을 닫은 와이어 공장이었다. 부산시와 고려제강은 2016년 8월 이 폐공장에 복합문화공간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시험적으로 같은 해 9~11월 부산비엔날레를 개최해 20만 명이 관람했다. 이곳 폐산업시설 9590㎡ 중 2000㎡에 대해 향후 20년간 무상사용계약을 맺은 시는 전시·공연을 위한 2차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키로 하고 국·시비 32억 원을 투입한다. 업체도 35억 원을 들여 모두 67억 원으로 연말까지 2차 공사를 진행 중이다. 트러스, 창호, 기둥, 바닥, 천장을 보존하는 등 옛 흔적을 살리는 방식으로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곳은 반경 5㎞ 이내에 아파트 주민만 2만 가구(6만여 명)에 이르는 도심이어서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 이미 조성된 6500㎡ 이상의 공간도 전시(미술), 공연(연극·클래식·대중음악), 인문(책), 카페(모임)가 어우러지는 문화명소가 됐다. 다양한 강좌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교육공간과 시민들의 소모임, 예술가 및 기업인 워크숍 세미나를 위한 커뮤니티 공간도 있다.

지난 9월부터 서점 등이 개점하면서 방문객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무려 20만 권을 소장한 국내 최대 중고서점 ‘YES 24’가 입점해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마음껏 볼 수 있다. 서가 옆 곳곳에 좌석을 충분히 마련해 완전히 도서관식으로 운영된다. 14일 직접 가보니 신발을 벗고 누워서 책을 보는 어린이들도 있었다. 예전에 공장이었던 만큼 높은 천장에 수많은 철제빔이 전혀 흉물스럽지 않고 오히려 장엄함과 웅장함을 선사해 묘한 조화를 이룬다. 예전에 쓰던 철강·와이어, 인쇄기계 등이 곳곳에 배치돼 색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체코의 다양한 수제 맥주를 맛볼 수 있는 ‘프라하 993’, 카페 ‘테라로사’와 발효 막걸리 전문점인 ‘복순도가’ 등도 있어 여러 가지 즐거움을 선사한다. 주변은 대나무숲(맹종죽) 산책로와 야외 및 실내정원(뜰과 숲 원예점) 등 친환경 공간으로 꾸몄다. 조모(여·54) 씨는 “폐공장이 전혀 다른 이미지의 다목적 문화공간으로 변신해 다양한 문화를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말했다.

지난 9~10월에는 이곳에서 연극, 무용, 발레, 시낭송, 오케스트라 등 부산 예술가들의 오픈콜 공연프로그램인 ‘F1963 문화재생사업 파일럿 프로그램-오픈 스퀘어’가 열렸다. 9월 29일부터 12월 31일까지는 ‘투명한 소리를 보다’를 주제로 소리와 시각예술이 융합된 ‘사운드 아트’ 전시회도 개최 중이다. 침묵과 소리, 빛과 어둠, 파장과 울림 등을 실험적으로 묘사한 전시로 프랑스, 벨기에, 중국, 한국 등의 작가 17팀이 참여하고 있다. 내년 10월에 개최되는 ‘제5회 세계인문학포럼’ 장소도 이곳으로 정해졌다. 부산시 관계자는 “도시재생사업으로 이런 공간들을 계속 확충한다면 시민들의 문화 향유와 함께 외부 관광객들을 대거 유치하는 효과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글·사진 김기현 기자 ant735@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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