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숲바람소리 어우러진 쌍산재
짙은 숲속 호서정 ‘운치 만끽’
창호문 너머 햇볕이 깨워주고
달빛 아래 돌담 거닐며 ‘힐링’
장작 아궁이·가마솥 있는 가옥
시골할머니댁 온 것처럼 ‘푸근’
찬 바람 불면 생각나는 것. 뜨끈한 아랫목. 뜨끈한 구들방에서 몸을 녹이는 한옥 여행. 한옥 여행은 따뜻해야 제격이다. 아침이면 창호 문 너머 따사로운 햇볕이 깃들어야 하고, 시린 웃풍이 불더라도 아랫목은 뜨끈한 게 좋다. 주인장 인심 역시 툇마루에 내려앉은 햇살처럼 따뜻해야 정감이 간다. 은근슬쩍 내준 고구마 몇 개, 내놓는 따스한 차 한 잔이 있다면 더 좋으리라. 가을의 끝, 겨울의 초입에서 한옥 여행을 꿈꾸는 것은 그런 따뜻함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 지리산과 섬진강에 기댄 명당… 구례 쌍산재
쌍산재는 전남 구례군 오미리 상사마을 초입의 운치 있는 한옥이다. 해주 오씨인 지금 주인의 6대조 할아버지가 터를 잡고 고조부가 집 안에 서당인 쌍산재를 지어 오늘에 이르렀다. 약 1만6500㎡가 넘는 집터에다 살림채 여러 동, 별채와 서당채 등 부속 건물, 대숲, 잔디밭까지 갖추고 있다. 모든 건물을 개별 화장실과 샤워 시설을 갖춘 숙소로 꾸며 호젓하고 편안한 한옥 체험을 할 수 있다.
대문 안으로 들어서면 안채와 사랑채가 마주 보고, 오른쪽에 무심한 듯 비켜 앉은 건너채가 있다. 대문에서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것은 울창한 대숲 사이로 난 돌길. 이 길을 걸으면 별채와 아담한 정자인 호서정을 차례로 만난다. 최근에 새로 지은 건물이지만 대숲의 바람 소리와 어우러져 운치가 있다. 대숲이 끝나고 동백나무 터널을 지나면 쌍산재의 하이라이트 서당채다. 짙은 숲속에 너른 마루를 펼쳐놓은 서당채의 그윽한 맛이 그만이다. 서당채 옆 쪽문으로 나가면 담 너머에 자그마한 저수지가 있다. 물안개 피어오르는 늦가을 아침의 수변 산책은 쌍산재를 숙소로 잡으면 주어지는 선물이다. 쌍산재 방에는 모두 보일러를 놓았지만, 아궁이도 있어 손님이 원하면 불을 지필 수도 있다. 쌍산재 061-782-5179
# 300년의 시간을 느끼다… 서산 계암 고택
계암 고택은 충남 서산시 한다리 마을에 있다. 한다리 마을은 경주 김 씨 집성촌. 500년 전쯤 황해도 서흥 땅에서 지금으로 치면 군수 격인 부사였던 김연이 임꺽정을 토벌하고 얻은 땅에 내려오면서 집성촌을 이뤘다. 김연의 7대손 김한구의 딸이 영조의 계비인 정순왕후이고, 추사 김정희도 이 가문의 후손이다. 고래등 같은 기와집들이 모여 있던 곳이었으나 지금은 계암 고택과 정순왕후 생가만 남았다.
계암 고택 행랑채에는 집을 수리할 때 나온 기와로 꾸민 고려와당 박물관도 있다. 전시물은 적지만 아기자기한 박물관이다. 사랑채 중문으로 연결되는 안채는 ㅁ자형이다. 안채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공간은 부엌. 한옥 체험을 위해 본래의 구조를 그대로 둔 채 흙바닥에 황토석을 깔고 고풍스러운 식탁을 둬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식사를 하면 식당이고, 차를 마시면 카페로 변한다.
낮에는 돌담을 따라 마당을 거닐거나 방에 앉아 차를 마실 수 있다. 밤이면 창호 문으로 은은한 달빛이 새어들고, 별빛이 쏟아져 내린다. 계암 고택 041-688-1182
# 새로 잘 지은 한옥마을… 청송 한옥 민예촌
경북 청송의 주왕산 입구에는 한옥 민예촌이 있다. 고택이 아니라 한옥의 멋을 살리면서 깔끔한 화장실과 욕실 등 현대적인 시설을 들여놓은 숙박촌이다. 그렇다고 장삿속으로 대충대충 지은 집들은 아니고 청송의 고택을 모델로 삼아 잘 지은 한옥들이다. 한옥 민예촌 안에는 대감댁, 영감댁, 훈장댁, 정승댁, 참봉댁, 교수댁, 생원댁, 주막 등 8동 28개 방이 있다. 택호로 삼은 벼슬의 이름으로 방의 규모나 배치를 짐작할 수 있다.
대감댁은 송소 고택이 있는 파천면 덕천마을 가옥 중 초전댁을 재현한 것으로, 상류층 양반집의 형태를 감상할 수 있다. 안채 방과 방 사이의 넓은 대청마루가 특징이다. 정승댁은 덕천마을 송소 고택의 안채를 재현한 곳으로 문을 들어 올려 처마에 걸면 방이 시원하고 너른 대청마루가 되는 구조로 여름철에 특히 인기 있는 집이다. 대문채에 디딜방아를 들여놓은 영감댁은 ‘ㄱ’자형 건물로 안방과 사랑방, 자녀 방이 한 건물에 배치됐다. 마루로 연결돼 쉽게 오갈 수 있다. 이 밖에 ‘ㄷ’자형 건물에 누마루가 인상적인 훈장댁, 농민이나 서민의 가옥 구조를 보여주는 참봉댁과 생원댁, 외양간이 있는 교수댁, 마당에 넓은 평상을 펼쳐놓은 주막 등이 있다. 집마다 생김새가 다르고 개성이 있어 한 집 한 집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청송 한옥 민예촌 054-874-9098
# 다른 매력의 한옥… 영월 조견당, 우구정 가옥
강원도 영월에는 한옥 숙박객을 들이는, 100년이 넘는 내력을 간직한 운치 있는 전통 한옥이 두 곳 있다. 주천면의 조견당(김종길 가옥)과 남면의 우구정 가옥이다. 주천 고택으로 불리는 조견당은 옛것과 새것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한옥. 느티나무 고목 아래 안채는 1827년에 상량했으니 그 세월이 200년 가까이 된다. 안채 대청마루의 웅장한 대들보만 봐도 당시의 위세를 짐작할 수 있다. 대들보 목재의 수령이 800년쯤 된단다. 조견당은 한때 99칸이 넘는 규모였으나 한국전쟁 등을 거치며 대부분 소실되고, 안채만 남았다. 종부와 함께하는 다도 체험에서는 아홉 번 덖어 달였다는 맨드라미차를 맛볼 수 있다. 투숙할 수 있는 방은 모두 아홉 채. 안채에 묵으면 장작불 구들 체험이 가능하다.
평창강이 흐르는 고요한 시골 마을에 들어선 우구정 가옥은 전통 시골집의 정서가 남아 있는 한옥. 장작 아궁이와 가마솥이 시골 할머니 댁에 놀러 온 듯 푸근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방은 안방, 건넌방, 사랑방 등 단출하게 세 칸. 모두 장작으로 구들에 불을 땐다. 방 옆에는 대청마루와 툇마루가 붙어 있고, 창호 문만 열면 소소한 시골 정경이 펼쳐진다. 조견당 033-372-7229, 우구정 가옥 033-372-5704
박경일 기자 par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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