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급 가족돌봄휴직제 유명무실

부모·배우자 질병때 90일 가능
고용보험 지원 안돼 신청 저조


어머니 암 투병 수발 때문에 퇴직을 고민 중이던 직장인 이슬비(여·34) 씨. 가족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이 씨에게 퇴직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그러던 중 ‘가족 돌봄 휴직제도’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고 반색했지만, 이내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제도 자체는 이 씨와 같은 상황에 있는 직장인에게 적격이었지만, ‘무급’이라는 것이 결정적인 걸림돌이 됐다. 이 씨는 “부모님이 아프면 육아 이상으로 많은 돈이 들어가고 도움이 필요한데, 제도만 존재하고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15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이 제도는 가족(부모, 자녀, 배우자, 배우자의 부모)이 질병·사고·노령으로 돌봄이 필요한 경우 최대 90일까지 휴직할 수 있는 것으로, 지난 2012년에 도입됐다. 근로자가 신청하면 사업주는 △계속 근무 기간이 1년 미만인 경우 △다른 가족이 돌볼 수 있는 경우 △사업주가 대체인력을 채용하기 위해 14일 이상 노력했으나 채용하지 못한 경우 △정상적인 사업 운영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허용해야 한다.

문제는 이 제도가 무급으로 적용된다는 점이다. 유사한 휴직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일본이 고용보험기금으로 급여를 지급하고 있는 점과 대조된다. 제도 인지도와 도입률도 낮은 편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가정 양립제도 중 ‘출산휴가제’(81.7%)의 인지도가 가장 높았고, 뒤이어 ‘육아휴직제’(79.4%), ‘배우자 출산휴가제’(71.1%) 등이 뒤를 이었다. 가족 돌봄 휴직제는 35.6%로 최하위였다. 고용부에 따르면 일·가정 양립제도 중 가장 도입률이 높은 제도는 ‘90일 이상 출산휴가’(80.2%)였고 ‘배우자 출산휴가’(60.8%), ‘육아휴직’(58.3%),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37.8%) 등이 뒤를 이었다. 가족 돌봄 휴직제는 27.8%에 그쳤다.

한 중소기업 인사담당자인 배승진 씨는 “육아휴직과 가족 돌봄 휴직 모두 가족을 돌보기 위해 활용하는 제도인데, 가족 돌봄 휴직 시에는 고용보험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고용보험금을 꼬박꼬박 내고도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육아휴직 급여의 수준을 더 높이는 게 우선순위이고 목표이기 때문에, 아직 가족 돌봄 휴직 급여를 고용보험으로 지원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