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해어업관리단의 24시
무궁화 22호 새신랑 승무원
“한달에 보름만 아내와 만나”
불법조업 단속땐 24시 뜬눈
무릎·허리 고질병 달고 살아
43만㎢ 바다 지도船 34척뿐
인력 충원·컨트롤타워 절실
“한 달에 보름 정도 아내와 만나요.”
이정우(32) 통신장(지도선 내 통신업무담당 요원)은 지난해 결혼한 ‘새신랑’이자 ‘예비 아빠’다. 하지만 임신 중인 아내와 함께 지내는 날은 한 달에 15일에 불과하다. 나머지 2주는 고스란히 바다 위에서 보낸다. 무궁화 22호의 한 평(3.3㎡) 남짓한 통신실이 그의 방이다. 성인 남성 한 명이 겨우 누울 만한 딱딱한 의자 겸 침대가 하나 있고, 바로 옆에 있는 책상은 24시간 켜 두는 탓에 열기를 내뿜는 컴퓨터와 통신기기들로 가득하다. 옷장도 없어서 벽면에는 빨래와 옷가지가 줄줄이 걸려 있다. 이 통신장은 부산에 있는 대학을 나와 조선업계에서 일했는데 조선 경기가 워낙 어려워지자 그만두고, 지난해 초 어업감독공무원(9급)이 됐다. 각오는 했지만 박봉에 일은 고됐다.
바다에 직접 나가 어민들의 조업을 지도하고, 불법어업을 하지 못하도록 단속을 벌이는 게 그의 일과다. 요즘에는 대게나 알밴 고기를 남획하는 어민들이 주요 단속 대상이다. 스쿠버다이빙을 하는 척하면서 작살로 감성돔, 멍게, 전복 등 고급 어종을 불법채취하는 사람도 늘고 있어 골칫거리다. 특히 동해안에 출몰하는 중국 등 외국 어선의 불법조업을 막는 것도 주요 업무다.
무궁화 22호에는 경력 21년의 하희청(52) 선장과 이 통신장 등 총 11명이 승선한다. 5∼6명씩 2개 조를 짜 6시간 정도 돌아가며 일하지만, 불법조업 선박을 단속할 때는 전원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에 약 1주일의 출항 기간 내내 24시간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 선장은 “워낙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조리장도 밥하다 말고 뛰어나오는 일이 다반사”라고 말했다. 불법조업 중인 어선을 발견하면 단속정(단속용 보트)을 바다에 띄운 뒤 4명의 요원이 단속정에 타고 어선에 접근, 이 중 단속정을 운전하는 1명을 뺀 3명이 어선에 승선해 검거·조사한다. 그런데 인원수가 적으니 본선 운항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원을 제외하고 요리를 담당하는 승무원까지 모두 나서 거들어야 하는 형편이란 것이다.
실제로 불법어선 검거 시 행동 매뉴얼을 보니 ‘조리장-보트 운전, 위생사-보트 승선’ 등 11명의 승무원이 총 대응해야 하는 구조다. 개인용 GPS, 랜턴, 진압봉, 수갑, 전기충격기, 채증용 카메라, 가스총만 갖고 단속에 나서야 하는 점도 어업감독공무원들을 위축시키는 요소다. 하 선장은 “불법조업은 통상 야간이나 새벽에 이뤄지기 때문에 단속도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진행될 수밖에 없다”며 “도주하는 어선에 뛰어 올라타야 하고, 특히 과격한 어민들을 만나면 거의 몸으로 막아내야 하다 보니 다들 무릎이나 허리 등에 고질병 하나쯤은 달고 산다”고 말했다. 지난 7월에는 지도단속을 하던 고속단정 폭발·화재 사고로 입사 6개월 된 남해어업관리단 소속 김모 주무관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무엇보다 한 달에 절반 이상을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것이 가장 고달프다. 동해어업관리단에는 13척의 어업지도선이 있는데 2교대 근무가 원칙이다. 한 척이 출동해 1주일 정도 머물다 돌아오면 다른 한 척이 출항하는 식이다. 지도선이 한 번 나갈 때마다 1주일가량 해상에 머물기 때문에 한 달에 보름 정도, 연간으로 따지면 절반인 170일가량을 바다에서 보내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관리단의 숙원 중 하나가 인력 증원을 통한 3교대 근무다. 남상득(46) 단속팀장은 “아이가 가족을 주제로 그림을 그렸는데 아빠인 나만 없더라”며 “이유를 물으니 ‘아빠는 (집에 거의 없으니) 우리 가족이 아니잖아’라고 답해서 씁쓸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어업관리단은 동해어업관리단·서해어업관리단·남해어업관리단 등 3곳이다. 어업지도선 34척, 600여 명의 공무원이 우리나라 영토(10만㎢)의 4.3배에 이르는 43만㎢의 광활한 바다를 관할하며 불법조업 어선과 싸우고 있다. 인력 증원이 절실하지만 예산 등의 문제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행히 내년에 신조 어업지도선이 추가되고, 인력도 일부 보강될 것으로 보여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되는데 이 또한 국회에서 예산안이 확정돼야 실현이 가능하다.
아울러 올해 남해어업관리단까지 개청한 만큼 어업관리단 3곳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류정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석연구위원은 “중국 등 외국 어선의 불법조업이 여전히 성행하고 있고, 연근해 어업생산량 100만t이 44년 만에 무너지면서 국내 어선의 불법조업도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단속 업무 강화를 위해 인력을 늘리고, 어업관리단의 단속계획과 집행관리를 체계화하도록 컨트롤 타워도 신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 =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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