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사회 최대 독자 20代 女
촛불·세월호·페미니즘 영향
과학서 40代 여성이 많이 읽어
소설시장 추리·스릴러 넓어져
일본 소설 20代 남성이 열독
소설 읽는 남자, 정치와 과학책을 탐독하는 여자. 한국인의 독서 풍경이 바뀌고 있다.
교보문고의 지난 10년간 분야별 남녀 독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통적으로 여성 독자가 최강세를 보여온 소설에서는 남성 독자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반면, 남성 독자들의 영역으로 꼽혀온 경제·경영, 정치·사회 그리고 과학에서는 여성 독자의 비중이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 교보문고 한 곳의 데이터이며, 기존의 남녀 독자 구도를 완전히 뒤집을 정도의 증감은 아니지만 현재 진행 중인 독자의 변화, 이 같은 독자의 풍경에 반영된 한국 사회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 전통적 남성 영역에서 드러나는 여성 독자의 존재감 = 2007년과 2017년(1월부터 11월 13일까지)의 데이터를 비교하면 여성 독자의 비중이 늘어난 분야로 경제·경영과 정치·사회를 들 수 있다. 경제·경영 분야에서 남성 독자가 2007년 62%에서 올해 58.47%로 줄어든 만큼, 여성 독자는 2007년 38%, 2012년 40.10%, 2016년 41.11%, 2017년 41.53%로 꾸준히 늘어났다. 정치·사회에서 남성 독자는 2007년 56.8%에서 올해 52.5%로, 여성은 43.2%에서 47.48%로 변화했다. 다소 미미한 증감보다 더 눈에 띄는 사실은 올해 정치·사회 분야 최대 독자층은 14.14%를 차지한 20대 여성이라는 점이다. 20대 여성에 이어 40대 남성(14.04%), 30대 여성(13.42%), 40대 여성(12.31%), 30대 남성(12.11%) 순으로 집계됐다.
김수한 돌베개 주간은 “세월호·촛불 등으로 한국 사회에서 정치·사회 문제가 우리에게 가까운 문제로 인식되면서 독자들이 젊어지고 넓어진 결과”라고 풀이했다. 이와 함께 최근 페미니즘이 사회 담론의 중심이 돼, 페미니즘 관련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도 여성 독자들이 정치·사회 분야의 중심으로 떠오른 이유로 꼽힌다.
◇ 새로운 교양 과학의 여성 독자 = 디지털·과학의 시대, 과학이 필수 교양이 되면서 일고 있는 ‘과학 교양서 시장’의 최고 중심 독자는 40대 여성으로 나타났다. 올해 과학책 시장의 남녀 독자 비율은 남성 53.46%, 여성 46.54%로 남성이 약간 많은 상태다. 이는 10년 전인 2007년의 비율(남자 53.3%, 여성 46.7%)에 비해 큰 변화가 없다. 하지만 2007년에 과학책을 가장 많이 읽는 독자는 40대 남성(17.4%)이었으나 올해는 40대 여성이 19.87%로 최대 독자로 떠올랐다. 노의성 사이언스북스 주간은 “전반적으로 여성들이 사회 중심·주류로 진입하면서 벌어진 당연한 결과”라며 “실제로 몇 년 전부터 과학책 시장에서 여성 독자의 부상은 뚜렷하게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강연회·저자와의 대화 등을 보면 여성 독자가 더 많고, 더 많아지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 남성도 이야기를 원한다 = 반면 지난 10년 동안 남성 독자의 비중이 꾸준히 증가한 분야는 소설이었다. 물론 소설 분야의 여성 대 남성 독자의 비율은 6대4 수준이지만 해당 분야에서 남성 독자는 2007년 37.55%에서 2012년 39.53%, 2016년 39.86%를 거쳐, 올해는 40.07%로 꾸준히 늘어나 6대4의 틀을 깼다. 소설 중에서도 마니아층이 단단한 일본 소설의 경우 20대 남성(16.9%)이 40대 여성(14.9%), 30대 여성(14.5%)을 제치고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올여름 시장에 나온 빅 타이틀인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신작 ‘기사단장 죽이기’의 경우 가장 많이 구입한 독자는 30대 남성이었다. 김현지 현대문학팀장은 “순수소설 시장 이외에 소설 시장이 추리·스릴러 등 장르 소설 쪽으로 넓어지면서 남성 독자들이 다양하게 유입된 것”으로 봤다. 임지호 엘릭시르 편집장은 “전반적으로 소설 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소설 시장의 주 독자인 여성들이 정치·사회·인문 등 다른 관심 분야로 빠져나가면서 남성 독자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결과”로 풀이하기도 했다. 이 모든 원인으로 독자는 변하고 있다.
최현미 기자 ch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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