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지난 3일 대전에 모여 당으로부터 내년 6월 지방선거를 대비한 업무 평가 작업을 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평가 결과, 하위 20%에 든 단체장은 경선 때 자신이 받은 점수의 10%를 감점받는다. 단 몇 점 차이로 승부가 나는 경선에서 10% 감점은 컷오프(공천 탈락)와 마찬가지다.
현역 단체장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가 반영된다 하더라도 당의 정책과 공약 이행 실적, 직무 활동 등 정성적 평가 항목이 많아 정권 핵심인 친문(친문재인)계와 거리가 있는 단체장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의 ‘캠코더(대선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원칙이 지방선거 공천 기준으로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요즘 내년 선거를 겨냥해 뛰는 친문 인사가 부쩍 늘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호철아’라고 편하게 부르는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민주당 출신 최초의 부산시장을 노리고 있다. 지난 5월 정권 출범 때만 해도 3철(이호철·전해철·양정철) 중 한 명인 양정철 전 청와대 비서관과 함께 백의종군하겠다고 했던 그다. 경기도에선 3철 중 한 명인 전해철 민주당 의원이 뛰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문 대통령과 함께 부산·울산 지역의 인권 변호사 3인방으로 불렸던 송철호 변호사(울산), 노 전 대통령 시절 인사수석을 지낸 박남춘 민주당 의원과 권양숙 여사를 수행했던 홍미영 부평구청장(이상 인천), 박범계 민주당 의원(대전)과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충남) 등도 준비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과 지리멸렬한 야권 등 현재 상황만 보면 내년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 경선을 통과하면 본선은 따 놓은 당상일 수 있다. 이해찬 민주당 의원이 장담한 대로 “극우 보수 세력을 완전히 궤멸하고, 우리가 몇 번이고 집권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권력의 독주가 어떤 결말을 맺는지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비참한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18대 총선 때 친이(친이명박)계의 친박(친박근혜)계 공천 학살과 20대 총선 때 친박계의 비박(비박근혜)계 공천 배제는 보수 세력의 분열과 약화로 이어져 제 발을 찍는 도끼가 됐다.
권력의 속성을 냉정하게 관찰한 마키아벨리는 “권력은 크면 클수록 집중되고, 장악력은 더욱 정밀해지고 강력해진다”고 했다. 이전부터 패권주의와 선민의식에 빠져 갈라치기에 능하다는 비판을 받았던 현 정부의 핵심들이 권력의 속성에 점점 익숙해져 가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1년 전,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 들어갈 것으로 생각한 사람보다 불가능하다고 본 사람이 더 많았다. 문 대통령이 권력을 잡은 것은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성난 민심이 바다를 흔들어 배를 뒤집어 놓았기 때문이다.
‘내로남불’ ‘캠코더’ ‘아몰랑’ 인사를 하는 정권이 내년 공천에 개입하려 하면 결과는 뻔하다. 지난해 교수들이 뽑은 사자성어 1위는 군주민수(君舟民水)였다. 그다음은 ‘맹자(孟子)’에 나오는 역천자망(逆天者亡)으로 ‘천리를 거스르는 자는 패망하기 마련’이라는 뜻이다.
yb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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