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교 위장 포교활동’ 기승

대학구내에 버젓이 부스 설치
설문조사·서명운동 등 빙자
연락처 받은뒤 수시로 독촉
SNS에“응하지 말라” 이어져
“未동의 정보 활용 처벌가능”


최근 한 대학 인터넷 커뮤니티에 “반값등록금 서명하지 마세요”란 글이 올라왔다. 학내에서 부스를 차려놓고 서명을 주도하는 곳이 일반 시민단체가 아니라 ‘사이비 종교단체’라는 ‘폭로’였다. 반값등록금 운동의 취지에 동감해 서명하고 전화번호와 이메일 주소까지 적었던 글쓴이는 이후로 그 종교 단체에 나오라는 메일과 전화에 시달려야 했다. 그는 “처음 들어보는 단체였지만 이상한 종교단체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며 “얼굴을 마주하고 서명을 받을 때는 종교와 관련된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기 때문에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포교 활동에 활용할 목적으로 개인 이메일과 전화번호를 얻으려는 이른바 사이비 종교단체들의 수법이 날로 정교해지고 있다. 길을 알려달라느니, 눈이 참 맑다느니 하면서 행인의 팔을 붙잡고 무조건 자기 종교 소개를 늘어놓는 구닥다리 수법은 옛말. 종교와 전혀 무관한 서명운동이나 여론조사, 심리테스트 등을 가장해 개인 정보를 뽑아간다. ‘종교판 피싱 사기’라고 부를 만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대학생 등 젊은 층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서대문구 신촌이나 종로구 대학로 등에서 종교단체 사람들이 둘씩 짝을 지어 설문조사 등을 핑계로 연락처를 확보, 줄기차게 전화를 걸거나 이메일을 보내 괴롭힌다는 하소연이 줄을 잇고 있다. 취업준비생 김모(28) 씨도 신촌에서 길을 가다가 모 회사의 신입사원이라며 심리테스트를 부탁하는 남녀를 만났다. 추운 날씨에 고생하는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져 선뜻 심리테스트에 응했다. 그러자 테스트 결과를 받아보려면 연락처를 남기라고 했다. 전화번호와 이메일 주소를 적어줬더니, 그날 저녁 종교단체에서 연락이 왔다. 그는 SNS에서 자신과 비슷한 일을 겪고 절대 연락처를 알려주지 말라는 글들을 확인하고서야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 씨는 “내 또래로 보이는 사람들이 신입사원 신분으로 고생하는 것 같아 테스트에 응했는데 종교단체란 걸 알고 황당했다”며 “포교활동임을 숨기고 남의 연락처를 얻어가는 건 사기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일부 종교단체들의 이런 행위는 엄연히 불법이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수집된 정보는 미리 제시한 목적을 위해서만 사용해야 하고 사전에 동의를 받아야 한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6일 “종교단체들이 전도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활용할 것이라는 점을 알리고 사전 동의를 받지 않았다면 법 위반”이라며 “과태료 처분은 물론이고 피해가 광범위하면 형사처벌까지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윤명진 기자 jinieyoon@munhwa.com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