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高 등 상당수 학교 피해
천장 일부 붕괴… 벽에 금가
운동장엔 대피 주민 차량들


“학교 건물 벽돌이 떨어져 내리고, 건물 기둥까지 균열이 갔어요. 불안해서 수능시험을 치를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15일 규모 5.4의 지진이 강타한 경북 포항의 수능시험장은 학교마다 멀쩡한 곳이 없을 정도로 피해로 얼룩졌다. 16일 오전 7시 30분쯤 포항 북구 포항고등학교 운동장에는 전날 지진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이곳에서 밤을 지새운 시민들이 탄 차량 10여 대가 주차해 있었다. 학교 본관건물로 들어서자 불안감이 엄습했다. 건물 입구 좌우로 하얀 페인트로 칠한 건물 벽돌에는 수평 균열이 길게 나타나 있었다. 2, 3층 계단 복도 주변 벽면에도 멀쩡한 곳이 없을 정도로 균열이 많았다. 수험장인 교실에 들어가 보니 천장에도 많은 균열이 눈에 들어왔다. 학교 측에서 이를 보이지 않기 위해 종이테이프를 붙인 곳도 있었다. 특히 외벽 기둥 한곳에는 너비 3㎝ 정도의 균열이 수직으로 길게 발생한 곳도 있어 건물 전체의 안전도 위험한 것으로 보였다.

이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인근 대동고등학교도 피해가 심각하긴 마찬가지. 이 학교 본관 옆 다용도 교실 3층 건물에는 외벽 블록 수백 개가 바닥으로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바닥에 심어진 나뭇가지가 다 부러질 정도로 위력이 컸다. 바로 옆 학교건물도 외벽 타일이 떨어지고 건물 내부 곳곳에서 균열이 나타났다. 교사 B 씨는 “어제 지진이 걱정돼서 학교에 와서 둘러봤는데 피해가 여러 곳에서 발생했다”며 “이 상태로 다음 주에 이곳에서 수능을 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유성여고 등 포항지역 상당수 학교가 지진으로 건물 내부에 균열이 생기거나, 천장 일부가 무너지는 등 크고 작은 피해가 발생했다. 지진피해가 컸던 포항 북구지역에서 수능시험을 치르기로 했던 이모(19) 군은 “15일 지진과 계속되는 여진으로 어지럽고 불안감이 증폭돼 공부가 손에 안 잡힌다”며 “수능시험장도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할 것 같은데, 여러모로 수능시험에 큰 피해를 볼 것 같아 걱정이다”고 말했다.

포항 = 곽시열 기자 sykwa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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