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엔 功 다투며 적대감
이번엔 全단계서 정보 공유
김동연·이주열 친밀감 덕분


‘지금은 우호적이고, 그때는 험악했다!’

17일 경제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한·캐나다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을 발표하면서 보여준 ‘이례적인 친밀감’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2008년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 당시 기재부와 한은이 서로 공(功)을 다투면서 ‘전쟁’을 방불케 하는 적대감을 드러낸 사실을 고려하면, 정말 믿기 어려운 변화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기재부와 한은은 16일 한·캐나다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 자료 1쪽에 “금번 한·캐나다 통화스와프는 지난번 중국과의 통화스와프 만기 연장에 이어 정부와 한은이 합심해 협상의 전(全) 단계에서 모든 정보를 공유하는 등 긴밀한 공조를 통해 이루어진 결과”라고 명시했다. 긴박한 공식 발표 자료에 이런 내용이 포함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최근 기재부와 한은이 찰떡궁합인 것은 두 기관의 수장인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이주열 한은 총재의 특별한 관계가 바탕이 되고 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총재는 2015년 2월 공직을 떠난 김 부총리가 아주대 총장에 취임할 때 공식 일정 때문에 시간을 내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도 부인까지 대동하고 행사에 끝까지 참석했으며, 식사까지 마치고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총리도 최근 국정감사장에서 “한·중 통화스와프 만기 연장을 하는 과정에서 김 부총리의 수고가 많았다”는 칭찬이 나오자, “이 총재님과 한은이 기재부보다 더 열심히 노력했다”고 발언해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특정 기관의 수장이 “우리 조직보다 다른 조직이 더 열심히 노력했다”고 공식 석상에서 발언하는 것은 그동안 금기시돼 왔기 때문이다. 기재부 노동조합이 부총리에게 항의할 수도 있을 법한 일이었다. 이날 김 부총리와 함께 국회에서 국감을 받던 이 총재는 나중에 사석에서 김 부총리의 발언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부처 고위 관계자는 “김 부총리-이 총재로 연결되는 현재의 기재부와 한은의 관계는 ‘수십 년 만에 처음 보는 밀월(蜜月)’이라 할 만하다”며 “두 기관의 우호적인 관계가 경제 정책의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
조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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