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에는 으레 ‘단무지’와 ‘양파’가 곁들여진다. 요즘에는 여기에 ‘김치’가 더해지기도 한다. 이들은 짜장면의 느끼한 맛을 가시게 하는 촉매제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단무지’를 그렇게 부른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그것을 ‘다꾸앙’, 또는 줄여서 ‘다꽝’이라 불렀다. ‘다꾸앙’은 우리말 속에 뿌리 깊게 박혀 있던 일본말 중의 하나였다. 그것을 ‘단무지’라는 신어를 만들어 대체한 것이다. 지금은 ‘단무지’가 일본어 잔재인 ‘다꾸앙’을 완전히 몰아내고 세력을 굳힌 상태이다.

‘단무지’는 1950년대 중반부터 쓰인 말이다. 내무부 어느 기관에서 왜색(倭色)을 일소하기 위한 계획의 하나로 일본 음식 이름을 우리말로 바꾸기 위해 모 학회에 질문했는데, 그 학회에서 ‘다꾸앙’을 ‘단무지’로 순화해 답한 것이다.‘단무지’가 사전으로는 ‘국어대사전’(1961)에 처음 올라 있으나 ‘다꾸앙’의 부표제어로 되어 있다. 1960년대 초만 해도 ‘다꾸앙’의 위세가 여전했던 것이다. ‘단무지’가 ‘다꾸앙’을 제치고 득세한 것은 아마도 1980년대 이후가 아닌가 한다.

‘단무지’는 일종의 ‘무절이(소금에 절인 무)’이다. 새말을 만들 때 채소의 하나인 ‘무’와 그것을 절인 것을 가리키는 ‘지’를 이용한 이유는 그 때문일 것이다. ‘지’는 중세국어 ‘디히’에서 온 말로, 그저 남새를 소금에 절인 것을 두루 가리켰다. ‘싱건지, 오이지, 젓국지’ 등에 쓰인 ‘지’도 그와 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무지’는 ‘무를 소금에 절인 지’ 정도로 해석된다. 그런데 ‘무지’는 사전에 올라 있지 않다. 이 또한 당시에 새로 만든 말일 가능성이 있다. ‘무지’는 ‘무지’인데 좀 달짝지근하여 ‘달다’의 관형사형 ‘단’을 덧붙여 ‘단무지’라 한 것이다. 이는 군더더기 하나 없이 잘 만든 새말이다. 그러니 ‘단무지’가 쉽게 사회적 공인을 얻어 세력을 키울 수 있었을 것이다.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