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지진 뒤 전국서 설계 착수
전문 인력 한정돼 사업 늦어져

포항 12개 고교중 7곳이 미비
“지진불안 경북에 신속 진행을”


“내진 보강을 제때 했더라면….”

‘11·15 포항 강진’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오는 23일로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가운데 지진 피해를 본 경북 포항 지역 고교 수험장은 내진 보강을 진행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지난해 9·12 경주 강진 이후 학교의 내진 보강사업을 집중적으로 펴면서 이들 고교도 지진을 우려해 서둘렀으나 공사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늦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경북도교육청과 포항 지역 고교에 따르면 포항 지역 수험생이 시험을 치르는 고교는 모두 12곳(울진·영덕 각 1곳 제외)이며 이 가운데 7개 고교가 내진 보강이 안 된 오래된 학교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유성여고는 올해 초 예산 2000만 원을 들여 건물 안전진단을 받은 결과 D등급으로 판정 나서 설계를 거쳐 보강작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 학교 관계자는 “한꺼번에 전국의 많은 학교가 내진 보강을 위해 밀려드는 반면, 설계 전문가는 한정돼 있어 내진 보강 사업이 늦어졌다”며 “지진 안전지대가 아닌 경북 지역 일선 학교에 집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말했다.

포항여고는 내진 설계를 마무리하고 10억 원을 들여 교내 전체 건물에 대한 보강작업을 위해 입찰을 진행 중이었다. 대동고는 학생 생활관과 체육관에 대해 3억8000만 원을 투입해 내진 보강을 추진 중이었고, 포항고는 설계를 거의 끝내 이르면 다음 달부터 내진 보강 입찰을 할 방침이었다. 대동고 관계자는 “내진 보강은 1㎡당 8만1000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간다”며 “지난 5월 안전진단을 끝내고 교육청 관계자, 구조안전전문가 등과 보강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던 중 지진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안전진단을 한 전문가들은 이들 고교의 체육관 등 일부 건물에 대해 사용 중지를 학교 측에 요청했다. 반면, 두호고와 포항장성고는 상대적으로 지은 지 오래되지 않아서 보강 대상이 아니며 피해도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도교육청 관계자는 “통상 안전진단에서 보강까지 1년이 걸리는데, 사업을 해야 할 일선 학교가 경북에만 2000곳에 육박한다”면서 “경북도는 정부가 전국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2035년 100% 내진 보강하기로 한 것보다 6년 빠른 2029년 완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포항 = 박천학·박영수 기자 kobbla@munhwa.com
박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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