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硏, 기상청과 다른 분석
“양산단층서 9㎞ 떨어져있어”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은 양산단층에서 9㎞ 떨어진 새로운 ‘무명(無名) 단층대’에서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양산단층의 지류인 장사단층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기상청의 첫 발표와 다른 분석이다.

17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질연)이 포항 지진의 단층면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포항 지진을 유발한 단층은 그동안 지표면에 존재가 보고된 적이 없는 북북동 방향의 단층대를 따라 발생했다. 이번 단층은 영남지역 최대 단층이자 길이만 200㎞가 넘는 양산단층(경북 영덕∼경남 양산∼부산)에서 동쪽으로 9㎞ 정도 떨어져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이번 단층은 수평·수직 이동이 동시에 나타남에 따라 ‘역단층성 주향이동단층’으로 분류된다는 게 지질연의 설명이다.

강한 힘으로 지층이 깨질 때 생기는 단층은 보통 ‘정단층·역단층·주향이동단층’ 세 가지로 구분된다. 바깥쪽을 향해 양쪽 반대 방향으로 잡아당기는 힘, ‘장력’이 작용하면 지층이 미끄러져 내려가며 ‘정단층’이 생긴다. 반대로 양쪽에서 마주 보고 압축하는 형태로 힘이 가해지면 ‘역단층’이 나타난다. 전단력이 작용해 지층이 평행하면서도 서로 반대로 수평 이동하면 ‘주향이동단층’이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이 가장 강력한 지진 발생 형태인 역단층과 주향이동단층이 함께 발생한 ‘역단층성 주향이동단층’에 주목하고 있다. 선창국 지질연 국토지질연구본부장은 “동서 양쪽에서 마주 보고 압축하는 형태로 힘이 작용한 탓에 서쪽의 지층이 동쪽의 지층을 타고 오르는 형국이 됐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양산단층이 움직였을 경우 규모 6.0∼7.0 이상의 지진이 발생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질학자는 “지구는 힘이 가해지면 본디 모양으로 되돌아가려는 탄성적 거동을 한다”며 “이때 임계에 이르러 영구적 변이가 일어나 양산단층을 움직인다면, 최대 7.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포항 지진 발생 가능성을 예측한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대형 지진이 잇따라 발생한 경주와 포항 사이에 있는 지역이 다음 위험지역”이라고 분석했다.

이해완 parasa@munhwa.com·김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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