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필 지휘자 래틀 - 피아니스트 조성진 협연

라벨 ‘피아노 협주곡 G장조’
섬세한 화음·투명한 소리로
한편의 詩 써내려 가듯 연주


‘사이먼 래틀(62·사진 맨 앞줄 오른쪽)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 지휘자’와 ‘피아니스트 조성진(23·앞줄 왼쪽)’이라는 조합이 19일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에서 만들어낸 앙상블은 클래식 팬들의 오랜 갈증을 채우기 충분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1부 두 번째 곡으로 선보인 베를린 필과 조성진의 라벨 ‘피아노 협주곡 G장조’ 협연. 라벨 협주곡은 재즈부터 바스크족 민족음악까지 음악적 요소를 두루 담고 있는데, 이러한 다채로운 세계를 거장인 래틀은 유연하면서도 힘있게 그려냈고 조성진은 래틀과 여러 번 눈을 마주치며 신중하게 호흡을 맞춰나갔다. 이날 조성진은 원래 협연자였던 랑랑이 왼팔이 아픈 바람에 대신 나선 것이었다. 랑랑이 라벨의 곡에 잘 어울리는 파워풀하고 화려한 연주 스타일을 가졌기 때문에 서정적인 스타일의 피아노에 강점을 보이는 조성진으로서는 부담이 될 수 있었지만 이날 무대에서 그런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1악장은 웅장한 베를린 필의 연주에 피아노 소리가 다소 묻히는 인상도 줬지만, 낭만적인 분위기의 2악장에 들어서는 섬세한 터치와 투명한 소리 등 조성진의 장점이 극대화됐다. 공연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래틀이 조성진에 대해 “젊고 위대한 건반의 시인”이라고 평한 것과 마찬가지로 이날 조성진의 연주는 한 편의 시를 써내려가는 듯했다. 이어진 조성진의 피아노 앵콜곡 드뷔시의 ‘물의 반영’에서는 특유의 집중력이 만들어낸 건반 위 물방울 같은 소리가 조성진의 미래에 기대감을 더했다. 래틀은 곡이 끝날 때까지 무대 위 의자에 앉아 흐뭇한 미소를 띤 채 조성진의 연주를 지켜봤다.

2부에서 베를린필이 마지막 곡으로 선택한 브람스 교향곡 4번은 2002년 이후 15년 가까이 합을 맞춰온 래틀과 베를린필의 관계가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님을 증명했다. 이번 공연이 래틀이 베를린 필을 떠나기 전 마지막 내한공연이라는 점에서 팬들에게 잊혀 지지 않을 잔상을 남기기 충분했다.

베를린 필의 20일 공연은 래틀이 “보석함 같은 작곡가”라고 극찬한 작곡가 진은숙과의 무대다. 이날 진은숙이 베를린 필의 위촉을 받아 쓴 곡 ‘코로스 코르돈’이 한국에서 초연되며, 스트라빈스키 ‘페트루슈카’,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3번도 함께 연주된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인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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