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은 인간사회의 축소판
기상천외한 상상+리얼리티
창작자에 더욱 매력적 공간
교도관·수감자들과 인터뷰
실제 사례로 현실감 살려
지난 탄핵 정국 속에 대중의 관심이 감옥에 집중됐다. 22년 만에 대통령 구속이라는 사태를 맞은 후, 과연 전직 대통령이 감옥에서 어떤 생활을 하게 될지 관심이 쏠렸다. 그 저변에는 감옥이라는 ‘미지의 공간’에 대한 호기심이 똬리를 틀고 있다. 죄를 짓지 않으면 갈 수 없고, 대다수의 사람이 평생을 살며 단 한 번도 가볼 수 없는 공간인 탓이다.
감옥은 창작자들에게 더없이 매력적인 공간이다. 사회의 축소판 같은 ‘그들만의 리그’에 대해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올해는 유독 감옥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와 영화가 자주 등장해 인기를 모았다. 의드(의학드라마), 법드(법정드라마)에 이어 옥드(감옥드라마)라는 새로운 장르의 탄생이다.
◇모두가 알지만, 결국 소수만 아는 곳
“생전 처음 듣는 에피소드와 캐릭터가 많았다.” tvN ‘응답하라’ 시리즈로 1988년, 1994년, 1997년이라는 특정 공간을 빚는 데 남다른 재주를 보였던 신원호 PD가 신작인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감빵생활·아래 사진)에서 감옥을 배경으로 제시한 이유다.
‘감빵생활’은 유명 야구선수가 범죄자가 돼 수감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갑자기 3평 남짓한 공간에서 10명이 살을 부대끼고, 사방이 뚫린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나이·직위·이름을 버리고 오로지 수감번호로 불리는 삶을 산다면 어떤 기분일까?
이 드라마를 위해 감옥 세트까지 따로 지었다는 신 PD는 “아침에 어떻게 일어나고 밥은 어떻게 줄까, 항문검사는 어떻게 할까 등 디테일이 살아 있는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우 한석규, 김래원이 주연한 영화 ‘프리즌’은 감옥 안에서 제왕적 권리를 누리는 인물이 수감된 범죄 전문가들을 모아 감옥 밖의 범죄 의뢰를 받는다는 기막힌 설정에서 시작됐다. 똑같이 수의 한 벌을 걸쳤을 뿐인데 누군가는 군림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복종한다. 그들만의 질서가 생기기 때문이다.
‘프리즌’을 연출한 나현 감독은 개봉 당시 “교도소 안에서 파란 옷을 입는 순간, 모든 지위를 내려놓고 인간의 본능이 강렬하게 깨어나 권력이 생성되기 시작한다”며 “결국 (교도소) 안이나 밖이나 똑같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영화나 드라마 모두 창작물이다. 실화에 바탕을 두더라도 작가적 상상력이 더해져야 대중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다. 그래서 영화나 드라마 속 상황을 100% 실제인 것으로 오인하는 것은 위험하다. 특히 대중에게 생소한 공간인 감옥의 경우 작품 속 이야기를 검증할 마땅할 방법이 없다.
예를 들어 기억상실증을 앓는 검사 박정우(지성)가 살인자라는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히게 되는 사건을 그린 SBS ‘피고인’(위)에서는 악의 축인 차민호(엄기준)가 의도적으로 교도소로 들어와 박정우를 만난다. 하지만 현행법상 미결수와 기결수가 한방에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이는 극적인 재미를 위한 허구다.
또한 수감자가 마음대로 교도소를 드나들며 술판을 벌이는 ‘프리즌’과 휴대전화를 마음껏 사용하는 ‘불한당’의 설정 역시 영화 속에서나 가능하다.
혹자는 “실제 그런 일이 벌어지는지 어떻게 아느냐”고 되묻는다. 바로 이 지점에서 감옥을 배경으로 한 작품의 재미가 시작된다. 온갖 악행을 저지른 범죄자를 한곳에 모아둔 곳이기 때문에 일반인의 생각을 뛰어넘는 기상천외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합리적(임을 가장한) 의심’이 생긴다.
이러한 배경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창작자들은 전문가와 교도관 외에도 실제 수감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하며 실제 사례를 모은다. 픽션이라 하더라도 충실한 자료 수집을 통해 리얼리티를 살려야 대중이 반응하기 때문이다. ‘감빵생활’에 남자 배우만 90% 이상 출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신 PD는 “남자 교도소에는 여자가 얼씬도 못 한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이 드라마 역시 교도소 장면에는 남자 배우만 주로 나올 것”이라며 “인터뷰를 진행한 이들 중에는 유명한 사건에 가담해 장기 복역했던 이들도 있는데, 교화된 후 나와서 열심히 살고 있지만 걱정이 돼서 제작진에게 ‘너무 자주 연락하지 마라’고 말하곤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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