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추·장난감 등 천진한 오브제
틀 얽매이지 않는 신선함 느껴
“파울 클레나 뒤 뷔페, 피카소 등 20세기 미술사의 거장들은 ‘아동화로 돌아가라’는 표어를 유행시키며 유년으로의 회귀를 외쳤습니다. 제가 대학 시절 가장 존경한 예술가가 그분들 중의 한 분인 파울 클레입니다.”
숫자나 단추, 장난감 등의 오브제를 어린아이 낙서처럼 물감 위에 못으로 긁어 표현하거나, 의도적으로 서툴게 그린 인물들을 등장시키며 유니크한 느낌의 반추상 화면을 고수해온 오세열(72) 화백의 개인전 ‘오세열: 무구한 눈’전이 12월 17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학고재 갤러리에서 열린다. 특히 이번에는 1970년대 초반부터 최근까지 작업한 인물화 33점을 집중적으로 전시, 오 화백의 40년 작품 변천사를 여실히 보여준다. ‘인물’은 오세열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커다란 주제다. 그는 인물을 중심으로 숫자 그리고 오브제로 소재를 발전시키며 작품 영역을 넓혀 왔다.
“후기산업사회의 치열한 경쟁 속에 살며 너무 물질적인 것에만 매달려 정신적인 것이 소멸해가는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불행한 인간의 모습을 화폭에 담았습니다.”
오 화백의 인물 그림은 아동화를 연상케 한다. 틀에 얽매이지 않은 의외성과 신선미가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이들은 팔이나 다리가 하나씩 없는 불완전한 모습을 하고 무표정한 얼굴로 화면 위에 누워 있거나 서 있다. 불행한 인물들이다. 그리고 오 화백은 인물들 주위로 단추, 장난감 따위의 천진한 오브제를 늘어놓거나 숫자나 드로잉 따위의 낙서 같은 기호들을 새긴다. 작업 과정을 통해 상처 입은 인물들을 따뜻하게 포용하고 감싸 안고자 하는 마음을 표현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미술평론가 김복기는 오 화백의 작품에 대해 “오세열의 인물 그림은 지식, 문화, 교양, 취미에 길들어 있는 우리의 눈을 본능과 무의식의 세계로 끌어들인다”며 “전시 타이틀인 ‘무구한 눈’은 그의 작품이 아동화나 기억의 층위를 뛰어넘어 상투화된 인식의 코드를 파괴하는 힘까지 지녔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오 화백은 2010년 대전 목원대 미대 교수직에서 정년 퇴임 후 경기 양평군의 화실에서 작업에만 몰두하고 있다. 학고재갤러리 외에도 런던의 폰튼갤러리, 파리의 보두앙르봉갤러리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국립현대미술관(과천), 프레데릭 R 와이즈만 예술재단(로스앤젤레스, 미국) 등 국내외 주요 미술 기관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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