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으로 외벽이 무너졌던 경북 포항시 흥해초교에서 19일 복구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작은 사진은 행정안전부가 제공하는 국민재난안전포털에 흥해초교가 지진대피소로 등록돼 있음을 알려주는 화면.  연합뉴스·국민재난안전포털 홈페이지 캡처
지진으로 외벽이 무너졌던 경북 포항시 흥해초교에서 19일 복구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작은 사진은 행정안전부가 제공하는 국민재난안전포털에 흥해초교가 지진대피소로 등록돼 있음을 알려주는 화면. 연합뉴스·국민재난안전포털 홈페이지 캡처
- 재난대책 총체적 부실

가장 안전해야할 지정 대피소
5.4 지진에 기둥까지 무너져

평가단 외관만 보고 위험판단
정밀안전진단은 건물주의 몫

서울 대피소 절반이 안내 안돼
올 지진관련 예산은 되레 삭감


경북 포항시에서 발생한 ‘11·15 지진’으로 큰 피해를 봤던 학교 건물이 행정안전부에서 지정한 지진 대피소였던 것으로 20일 확인된 가운데, 정부·지방자치단체의 지진 대응 체계는 그야말로 허점투성이란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포항 흥해초교는 행안부 국민재난안전포털에 옥외대피소와 실내구호소로 모두 등록돼 있지만, 이번 지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곳 중 하나다. 본진의 진앙에서 500m밖에 떨어지지 않은 이 학교는 지진 대피소 역할을 하기는커녕 건물 기둥 콘크리트가 무너지고, 철근이 엿가락처럼 휘어 결국 폐쇄됐다. 재난 행정의 총체적 부실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정밀 안전진단은 건물주가 돈 내고 받아야= 이번 11·15 포항 지진 피해자들은 정밀 검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집으로 돌아갈 것인지까지 각자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나 지자체가 나서 정밀 진단을 실시하고 결과를 알려주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지진 피해를 본 건물의 위험도를 판정하는 것은 지자체 재난안전대책본부인데, 평가단을 구성해 건물 외관을 보고 위험도를 판단해 알려주는 수준이다. 특히 정밀 안전진단을 받으려면 건물 소유주가 비용을 전액 부담해야 한다. 균열이 생긴 아파트가 불안해 돌아가지 못하는 이재민들을 위한 주거 대책도 부족하고, 정부의 관련 매뉴얼도 없다.

◇대피소 표지판도 없고, 잘못된 안내까지= 지진으로 혼란을 겪은 주민들은 대피소가 어딘지도 몰라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포항뿐만이 아니다. 서울시 집계에 따르면 서울의 2200개 지진 대피소 중에 안내 표지판이 설치된 곳은 절반 정도에 그치고 있다. ‘지진대피소 표지판 설치기준’에 따라 야간에도 눈에 잘 띄는 표지판을 설치해야 함에도 관리·감독에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서울 동대문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지하 주차장을 지진 대피소로 안내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하 주차장은 전쟁이 났을 때는 대피소로 활용할 수 있지만, 지진 발생 시에는 건물 붕괴 위험 때문에 오히려 피해야 할 곳이다.

◇지진 대비 예산은 되레 삭감, 관련 연구도 지지부진= 상황이 이런데도 행안부의 내년도 지진 관련 예산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올해 83억여 원이었던 행안부의 지진 관련 예산은 내년 65억여 원으로 20% 이상 감소했다. 특히 정부가 강조했던 내진 보강 예산은 신청된 예산 335억 원 가운데 고작 20억 원만 반영됐다. 또 행안부가 홍철호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2014년부터 최근까지 수행한 지진 연구는 달랑 2건에 불과했다.

◇선진국은 대응도 신속, 대비도 만전= 일본의 경우 매년 각 가정과 회사로 가까운 피난 장소가 상세히 그려진 지도를 포함한 방재 책자가 배달된다. 또 이재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재난 발생 3시간 내에 재무성이 나서 가설 주택을 세울 수 있는 국유지를 파악해 지자체에 통보하고 국가 소유 연수원 등도 제공하는 등 체계적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미국의 경우 연방재난관리청은 자체 연구소 등을 보유하고 전문 인력을 양성하며, 지질조사국 태평양 연안 해양과학센터를 중심으로 캘리포니아 지역의 지질 구조를 해저면까지 조사해 지진 가능성을 정밀하게 연구하고 있다.

윤명진·조재연 기자 jiniey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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