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주주 등 반대의견 표명
하승수 사외이사도 부결될듯
정부·여당은 밀어붙이기 고수
“관치 강화 아니냐”논란 가열
윤종규 회장·허인 행장案 가결
첫 금융권 도입 결정으로 관심이 쏠렸던 노동이사제(노조 추천 사외이사 후보를 의무적으로 이사진에 포함하는 방안)가 20일 KB금융 주주총회(주총)에서 부결될 것으로 보인다. 최대 주주(지분 9.68% 소유)인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며 측면 지원에 나섰지만, 자율 경영권 훼손을 우려한 절대 다수의 외국인 주주(69%)가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KB노동조합협의회(KB노협)가 재상정 의지를 내비친 데 이어 우리은행·하나금융 노조도 노동이사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어 내년 3월 정기주총에선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공약 현실화에 파묻힌 여당과 정부의 노동이사제 밀어붙이기로 시장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KB금융은 이날 주주총회를 열고 노조가 주주 제안 형식으로 상정한 ‘하승수 변호사 사외이사 신규 선임(노동이사제 도입)’ 안건과 ‘이사회 내 위원회서 대표이사 배제 등 정관 변경’ 안건을 놓고 진통을 겪었다. 주주들의 사전 의견 집계 결과 모두 부결되는 것으로 나왔으나, KB노협이 재상정을 주장해 최종 의결이 지체됐다.
‘당장의 불’은 껐지만, 문제는 내년 3월 정기주총이다. KB금융 노조가 대다수 사외이사(7명 중 6명)의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 3월 주총에서 해당 안건을 재상정할 계획이다.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이학영·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필두로 노동이사제 시행에 힘을 싣고 있는 만큼 노조의 공세 수위는 더욱 높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내년부터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할 계획인 만큼 민간 부문으로의 확대는 시간문제란 얘기도 들린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이미 노동이사제 도입을 금융권 공통 이슈로 부각하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 제도가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맞지 않는 유럽식 제도로, 경영진 고유의 권한을 제한해 경영 효율성을 해칠 것이라며 크게 우려하고 있다. 독일 등 노동이사제가 도입된 유럽 17개국 중 16개국의 이사회는 경영이사회와 감독이사회로 나뉘어 있다. 노동자 대표 사외이사는 감독이사회에 속해 경영에 관련된 사항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반면 우리나라의 이사회는 경영과 감독이 일원화돼 있어 노동이사제 도입 시 경영 침해와 이로 인한 경영 효율성 저하가 불가피하다. 독일에서조차 기업의 53.8%가 ‘노동이사제는 경영에 방해된다’(독일경제연구소 조사)고 답하는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크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 정부가 제도를 무기로 관치(官治)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재선임)’과 ‘허인 KB국민은행장 내정자의 기타 비상무이사(신규) 선임’ 안건은 통과됐다.
황혜진·최재규 기자 bes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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