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난민 유입 조장말라”
소로스 “거짓말로 국민 속여”


헝가리 출신의 유대인 미국인 부호 조지 소로스(87·사진)가 3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입을 열고 ‘난민 유입 조장’을 주장한 헝가리 정부에 대해서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역공에 나섰다. 헝가리 여당은 소로스가 비정부기구(NGO)와 유럽연합(EU) 관료들을 등에 업고 난민 문제와 관련해 헝가리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고 반박하는 등 감정 섞인 설전을 벌이고 있다.

소로스는 20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헝가리 정부가 외부의 적을 만들기 위해 거짓말과 왜곡으로 가득한 공격을 (나에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내가 유럽에 1년 동안 적어도 100만 명의 난민이 정착하고 그들에게 각각 수천 유로를 주기를 원한다고 헝가리 정부가 성명을 냈지만 이는 거짓말”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도 “정부가 증오심으로 국민을 오도해 권력을 유지하는 게 헝가리의 비극”이라고 지적했다.

소로스에 대한 공격을 주도하고 있는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젊은 시절 좌파 학생운동을 이끈 ‘소로스 장학생’이었으나 지금은 소로스와 대척점에 서 있다. 그는 지난 7월 소로스가 유럽으로의 난민 유입을 조장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오르반은 또 소로스를 비판하는 내용의 편지를 800만 명의 주민에게 발송했다. 최근 헝가리 정부는 소로스가 웃고 있는 사진과 ‘마지막에 소로스가 웃게 해서는 안 된다’는 문구가 함께 담긴 대형 포스터를 거리 곳곳에 내걸었다가 유대인 단체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헝가리 정부는 소로스가 수도 부다페스트에 중앙유럽대학(CEU)을 설립하고 난민을 지원하는 헝가리 시민단체들을 재정적으로 후원하는 것에 대해서도 난민 유입 조장과 기독교 정신 훼손을 이유로 비판해왔다. 헝가리 정부는 또 그동안 CEU를 폐쇄하기 위해 고등교육법을 개정하고 외국인의 지원을 받는 NGO는 내용을 공지하도록 하는 등 제도적으로도 소로스를 압박해 왔다.

김충남 기자 utopian21@munhwa.com
김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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