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전작들과 뭔가 다른 걸 만들었다고 생각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치유’를 느꼈다면 그것에 대해서도 동의합니다.”
‘요시노 이발관’(2004년), ‘카모메 식당’(2006년), ‘안경’(2007년),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2012년)에 이어 5년 만에 신작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를 내놓은 오기가미 나오코(사진) 감독은 이 영화에 대해 “그동안 내가 만든 영화와는 완전히 다른 작품”이라고 말하면서도 “작품을 관통하는 ‘치유’의 의미가 담겨 있어 좋았다”는 말을 건네자 이같이 답했다. 그는 문화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번 영화에 대해 개인적으로 매우 만족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국내 개봉한 이 영화는 철부지 엄마가 집을 나간 후 외삼촌 마키오(기리타니 겐타), 그의 트랜스젠더 여자친구 린코(이쿠타 도마)와 함께 살며 가족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소녀 토모(가키하라 린카)의 이야기를 그렸다. 성 소수자의 삶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담았지만 영화는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강조하기보다는 서로 보듬고 살아가는 방법을 따뜻하게 보여주며 ‘상생’의 메시지를 전한다.
오기가미 감독의 작품은 ‘슬로 무비’로 특징지어져 왔지만 이번 영화는 주제가 선명해졌고, 속도감이 붙어 전작들과 차별화된다. 이에 대해 그는 “오래된 유머나 장난기 섞인 장면 등은 그대로 넣었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분위기와는 다르게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제목에서 나타나듯 ‘뜨개질’이 주재료다. 그는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관계를 뜨개질로 엮으며 결핍과 소통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덩치 큰 남자배우 이쿠타 도마를 트랜스젠더 여성 역에 캐스팅한 배경에 대해 “아름다운 남성에게 이 역을 맡겨 예쁜 여성으로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인물을 표현하려 했다”며 “이쿠타가 거절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바로 승낙해줬고, 여성이 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해줬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오디션을 통해 연기력이 뛰어난 아역 배우 가키하라 린카를 ‘발견’해 영화의 완성도를 높인 것에 대해 “린카의 연기 센스가 좋아서 현장에서 세세한 지도를 하기보다는 그가 느낀 그대로 자유롭게 연기를 하도록 했다”며 “물론 때에 따라 엄격하게 몇 번이고 반복해 촬영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오기가미 감독은 “내년에 신작을 촬영할 계획”이라며 “화장 후에 남은 사람의 재에 관한 영화다. 많은 유머가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5세 된 쌍둥이 딸의 엄마이기도 한 그는 “두 딸과 보내는 시간이 영화를 만들 때처럼 흥미진진하다”며 “쌍둥이 딸들은 내가 영화를 만들 때는 결코 가지지 못했던 다른 종류의 행복감을 전해준다”고 말했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