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어시스트로 승리 기여
‘어시스트=포인트가드’ 편견
포지션 경계 파괴로 무너져
각팀 멀티플레이 전술 추구
다양한 루트로 득점력 높여
“포인트가드 대부분 30대
재능있는 신인 육성 필요”
토털 바스켓이란 새바람이 불면서 포인트 포워드가 전성시대를 달리고 있다.
포인트가드는 코트의 야전사령관에 비유된다. 주전 5명 중 가장 공을 오래 소유하면서 경기를 조율하고 빠르고 정확한 패스로 동료의 득점을 돕기 때문. 자연스럽게 어시스트 상위권은 언제나 포인트가드의 몫이었다. 하지만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에선 어시스트는 포인트가드의 전유물이란 편견이 깨지고 있다.
20일까지 어시스트 1위는 게임당 7.19개를 챙긴 포워드 애런 헤인즈(SK·199㎝)다. 헤인즈를 비롯해 6위 최준용(SK·200㎝·4.69개), 8위 디온테 버튼(DB·193㎝·4.29개), 9위 김동욱(삼성·194㎝·4.08개), 10위 마커스 블레이클리(현대모비스·193㎝·4.07개)까지 무려 5명의 포워드가 어시스트 톱10에 포함돼있다.
203㎝의 장신인 버논 맥클린(오리온·4.53개)은 7위를 유지하고 있고, 토종 빅맨 오세근(KGC인삼공사·200㎝·3.92개)도 13위에 랭크돼 있다.
반면 어시스트 톱10 가운데 정통 포인트가드로 분류되는 건 2위 김시래(LG·178㎝·5.50개), 3위 양동근(현대모비스·180㎝·5.27개), 4위 김기윤(KGC인삼공사·180㎝·5.07개), 5위 박찬희(전자랜드·190㎝·4.77개) 등 4명이다. 2015∼2016시즌 어시스트 톱10 중 7명이 포인트가드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 시즌 어시스트 1∼5위는 포인트가드로 채워졌다.
확실한 리딩 가드 없이 빅맨이 경기를 조율하고 어시스트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건 이른바 토털 바스켓이 자리잡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포지션별 경계를 무너트려 가드, 포워드, 센터의 구분 없이 멀티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SK는 간판스타이자 포인트가드인 김선형(29·187㎝)이 발목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지만, 헤인즈와 최준용이 김선형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메꾸며 13승 3패로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문경은 SK 감독은 장신이지만 패스 감각이 뛰어난 헤인즈와 최준용에게 포인트가드의 역할을 맡긴다. 이 덕분에 헤인즈는 올 시즌 벌써 3차례나 트리플더블을 작성했다.
문 감독은 “김선형이 없어도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패스해야 하는지 선수들이 정확하게 알고 있다”며 “누구를 포인트가드로 기용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허웅(24·186㎝)이 입대한 DB는 볼 배급 솜씨가 돋보이는 용병 버튼에게 허웅의 공백을 메우게 했고 2위(10승 4패)를 유지하고 있다.
전통적인 포인트가드 개념은 바뀌었다. 김동광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현대 농구에선 포인트가드가 어시스트에 전념해선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면서 “김선형, 양동근 등 정상급 포인트가드들은 득점력까지 갖췄기에 공격 옵션으로 활용되고, 이들의 득점력을 높이기 위해 포워드들이 도움에 가세한다”고 분석했다. 양동근은 지난 시즌 게임당 9.76득점이었지만, 올 시즌엔 12.33득점을 올리고 있다.
신인급 포인트가드의 성장이 더딘 것도 포인트빅맨 등장의 원인.
김동광 해설위원은 “각 팀의 주전 포인트가드가 대부분 30대를 넘겼는데, 이들을 대체할 신인 포인트가드가 보이지 않는다”며 “허훈(22·kt) 등 재능있는 포인트가드들이 프로에서 성장하지 않으면 포인트가드의 맥이 끊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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