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일수록 판매 느는 생계형 車
올 차량판매량 전년比 0.2%줄때
1t트럭은 10.6% 증가…7개월째↑
체감경기 바닥에 노점·택배 몰려
최근 국내 생산·수출 등 경제지표가 회복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취업난·자영업 불황으로 자동차 업계에서 대표적인 ‘불황 바로미터’로 꼽히는 생계형 1t 트럭의 판매량은 7개월 연속 증가세(전년 동월 대비)를 기록하고 있다.
21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10월 한 달간 내수 시장에서 판매된 국산 1t 트럭은 추석 장기 연휴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같은 기간 8842대보다 26.9% 급증한 1만1220대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전체 국산 차 내수 판매는 11.1% 감소했다. 국산 1t 트럭의 판매량은 지난 4월 전년 동월 대비 2.2% 증가를 기록한 이후 7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 중이다. 이에 따라 1∼10월 국내 전체 완성차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0.2% 감소한 반면 1t 트럭의 판매량은 10.6% 증가했다. 차종별로는 대표 국산 1t 트럭인 현대차 포터Ⅱ(사진)가 10월 한 달간 지난해 6679대보다 16.0% 증가한 7746대 판매됐고, 기아차 봉고Ⅲ는 60.6% 껑충 뛴 3474대가 팔려 나갔다. 특히 포터Ⅱ의 경우 1∼10월 누적 판매량이 8만4670대에 달해 현 추세가 이어질 경우 상용차 사상 최초로 연간 내수 판매 10만 대 돌파가 가능할 전망이다. 초베스트셀링카의 상징인 10만 대 클럽에 가입한 차종은 올해 현대차 그랜저(11만671대)가 유일하고 지난해는 아예 없었다.
국산 1t 트럭의 판매 증가가 눈길을 끄는 것은 경기가 좋을수록 잘 팔리는 다른 차종과 달리 불황일수록 오히려 판매가 늘어나는 대표적 생계형 차종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1t 트럭 판매량은 자동차 업계에서 이른바 불황지표로 불린다. 최근 각종 거시경제 지표와 증시지수 등은 상승세를 보이는 반면 서민들이 체감하는 실물경기는 여전히 바닥을 기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됐다.
특히 올 들어 1t 트럭의 판매량이 급증한 것은 최악의 취업난 속에서 아예 구직을 포기한 청년층이 택배·물품 운반 등 운송업이나 노점 판매 등 이른바 길거리 장사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계속되는 내수경기 침체, 임대료 상승 등에 부담을 느낀 중·장년층 역시 1t 트럭을 활용한 생계형 자영업에 몰리는 것으로 관측됐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포터Ⅱ 등의 판매량이 계속 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경기가 제대로 살아나지 않는다는 의미여서 씁쓸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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