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 테러지원국’ 재지정

평창참가 초청·인도적 지원 등
北과 대화기조에 차질 빚을 듯
북·미 强대强… 남북관계 공전


미국이 북한을 9년 만에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면서 국제 제재 속에서도 인도적 대북 지원 및 평창동계올림픽 북한팀 참가 요청 등 대화 기조를 이끌어가려던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장기 도발 중단으로 대화 가능성이 엿보였던 북·미 관계가 이번 테러 지원국 재지정으로 급랭하면서 남북 관계에도 영향이 불가피하게 됐다.

정부 관계자는 21일 “이번 미국의 조치는 강력한 제재·압박을 통해 북한을 비핵화의 길로 이끌어낸다는 국제사회의 공동 노력의 일환으로 보며,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내는 노력을 지속한다는 한·미의 공동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정부는 북핵과 관련한 한·미 공동보조에 변함이 없음을 강조했지만, 이번 테러지원국 재지정 문제가 대북 정책에 미칠 파장에 고심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압박 흐름과 엇박자를 빚는다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북한과의 대화 문을 여는 데 집중해왔다. 한·미 정상회담 직후인 지난 7월에는 북한에 군사당국회담과 이산가족상봉회담을 제의했고, 북한의 6차 핵실험(9월 3일)에도 800만 달러(약 87억8000만 원) 대북 지원을 결정했다. 또 내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북한 선수단 참여를 수차례 요청하는 등 스포츠를 통한 남북 대화 재개 가능성도 타진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필리핀 마닐라에 머물 당시 기자실을 찾아가 “북한이 참가한다면 평창동계올림픽은 단순한 올림픽 차원을 넘어서 남북평화, 나아가 동북아평화에 기여하는 좋은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며 다시 한 번 북한팀 참가를 요구했다.

정부는 또 20일 류미영 북한 천도교청우당 중앙위원장의 사망 1주기 행사에 참석하겠다며 한국에 거주하는 차남 최인국(71) 씨가 낸 방북 신청을 승인하는 등 남북 대화 가능성 타진을 계속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우리 국민이 개인 자격으로 방북 승인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이번 미국의 테러지원국 재지정으로 북·미 대화가 당분간 공회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남북 관계 진전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특히 북한이 테러지원국 재지정에 반발해 추가 도발에 나설 경우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 실타래는 더욱 꼬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

관련기사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