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성 前 재정경제부 장관
“과거회귀땐 영원히 졸업못해
시비조로 경영활동 방해하는
풍조 바로잡아야 기업 활력”
- 현정택 대외경제정책硏 원장
“대외건전성 부분 개선됐지만
장기저성장 등 펀더멘털 약화
양극화 · 고용 동시 해결해야”
“외환위기의 원인이 글로벌 스탠더드를 무시하고 안주한 탓인데,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는 것을 진정한 외환위기의 졸업이라고 본다면 앞으로 4~5년 동안 구조조정을 해도 (졸업은) 힘들 것이다.”
이규성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21일 한국경제연구원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전국경제인연합회 콘퍼런스센터에서 개최한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과의 ‘외환위기 극복 20년 특별대담’에서 “단순히 국제통화기금(IMF)에 대출금을 상환한 것을 기준으로만 보면 이미 2000년대 초반에 (외환위기를) 졸업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 “그러나 (구조조정을 완수하지 못한 채) 과거 흥청망청했던 시기로 회귀해 버리면 외환위기 졸업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전 장관은 또한 “(제2의 외환위기가 올 것인지에 대해) 우리나라가 ‘끓는 냄비 속의 개구리’가 되느냐 마느냐는 4차 산업혁명에 어떻게 대처하고, 성장잠재력을 최대한 발현할 수 있는 거시 환경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이냐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세계 조류는 포퓰리즘이 성행하고 진실은 뒷전”이라면서 “(국가는) 진실에 입각해 경제를 운영하고 (경제 주체는) 자기 이익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대립과 갈등에서 벗어나 더 나은 새로운 대안을 만드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기업인의 사기를 충천하게 하고, 기업인이 (정경유착 등과 같은) 사회적 비용의 대상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시비조로 경영 활동을 방해하는 풍토도 바로잡아 기업가들이 올바르게 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장관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3월 김대중 정부 초대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내며 경제 위기 극복을 이끌었던 경제 각료다.
외환위기 극복 경험을 되살려 ‘대내 경제 펀더멘털(기반) 약화’라는 ‘새로운 형태의 경제위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 원장은 같은 자리에서 “(외환위기 이후 경제 상황에 대해) 경상수지, 외환보유액 규모 등 대외건전성 부분은 개선됐으나, 저성장의 장기화·양극화·가계부채 급증 등 대내 펀더멘털은 약화됐다”고 진단했다.
외환위기 이후 김대중 정부 시절 경제수석을 지낸 현 원장은 이날 ‘1997년 외환위기의 경험과 2017년 현재’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노동·자본 등 총요소생산성의 하락과 자본축적 둔화로 잠재성장률은 2%대 후반으로 하락하는 등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하고 있다”면서 “객관적 지표(분위소득 격차)보다 주관적 양극화(사회계층 이동성)가 빠르게 악화하며, 성장부진·고용 없는 성장 등으로 2013년 이후 실업률은 상승 추세”라고 분석했다.
그는 “기업·정부 부채에 비해 가파르게 증가하는 가계 부채 역시 대내 경제 펀더멘털을 약화시키는 불씨로 남아 있다”면서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경기침체와 대량실업에 따른 사회 불안은 커졌고, 노동부문 개혁의 유연성 제고는 여전히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진행을 맡은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대담 시작에 앞서 “경제전문가 대상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68%가 향후 5년 내 한국 경제의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답하는 등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된다”고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이관범·권도경 기자 frog72@munhwa.com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