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보다 지진 나면 나갈래요”
“시험을 보다가 지진이 나면 그냥 나올 생각이에요. 감독관 지시고 뭐고, 지난 며칠 동안 지진을 겪어보니 조금만 흔들려도 너무 무서워요.”
경북 포항시 포은중앙도서관에서 만난 김창모(18) 군은 21일 “지금도 여진이 나면 대피를 해야 할 만큼 위급한 상황인지를 수시로 확인하고 있다”며 “1분이 아까운 이 시점에 늘 조마조마한 마음을 안고 공부를 하다 보니 집중을 할 수가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 군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를 고사장은 포항장성고에서 오천고로 바뀌었다. 안전한 지역의 고사장으로 옮겨졌다고 믿고 싶지만, 불안한 마음이 사라지진 않는다.
지진 피해가 비교적 컸던 포항고·포항장성고·대동고·포항여고 등 기존 고사장 4곳이 각각 포항 남부지역의 포항제철중·오천고·포항포은중·포항이동중으로 대체됐지만, 여진 가능성 등으로 인해 학생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규모 4.0 이상의 여진이 발생할 경우엔 포항의 수험생 총 6098명이 모두 예비시험장으로 옮길 가능성도 있다. 약한 여진이라도 발생하면 두려움에 고사장을 벗어나는 수험생이 생겨날 수도 있다.
일부 학생들은 차라리 예비소집(22일 오후 2시) 전에 여진이 발생해서 포항 바깥 지역의 예비시험장에서 시험을 치르도록 일찌감치 확정되는 게 낫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포항고에서 시험을 치르기로 돼 있던 이상호(18) 군은 “고사장이 바뀌긴 했지만, 시험을 보는 동안 지진이 날까 불안해 시험에 집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차라리 수능 전날이나 당일 아침 일찍이라도 안전지역으로 옮겨서 마음 편히 시험을 치르는 것이 낫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포항지역 수능 감독관을 맡은 교사들도 걱정이 태산이다. 수능 감독관을 맡은 포항의 이모(여·34) 교사는 “어느 정도가 돼야 학생들을 대피시켜야 하는지 막막하다”며 “학생들을 대피시키면 수능이 취소되는 상황에서 쉽게 대피 명령을 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토로했다. 김모(45) 교사도 “지진이 일어나지 않도록 기도할 뿐 다른 방법이 없다”고 털어놨다.
기상청은 이날 오전 5시 58분 34초 북구 북쪽 6㎞ 지역에서 규모 2.0, 약 3시간 뒤인 오전 8시 57분 29초에 인근에서 규모 2.1, 오전 9시 53분 1초에 다시 인근에서 규모 2.4의 여진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본진 발생 이후 현재까지 발생한 규모 2.0 이상의 여진은 총 61회로 늘었다.
포항 = 윤명진·곽시열·이희권 기자 jiniey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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