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결정으로 노동이사제 찬성
내부위원회서 자체 찬반결정
주총에‘투표결과비공개’요청
비판여론 일자 보도자료 배포
‘정부입김 따른 결정’의혹확산
국민연금공단(국민연금)이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이후 기금 운영 결정 과정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겠다고 외쳤지만, 정작 KB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밀실 의사 결정과 투표 결과 공개 회피, 갑작스러운 공개 등의 석연치 않은 모습을 보여 논란이 되고 있다. 낙하산 논란 속에 지난 7일 취임한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의 첫 결정이었음에도 폐쇄적인 의사결정과정이 재현되면서 정부의 뜻에 따라 ‘거수기’ 역할을 하는 국민연금에 대한 관치(官治) 논란이 커지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전날 오전 진행된 KB금융 주총에서 통과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 ‘하승수 변호사 사외이사 신규선임(노동이사제 도입)’에 대해 비공개 투표했다. 주총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투표 결과에 대해 비공개로 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안다”면서 “(국민연금이)그동안 (KB금융) 주총에서 여러 안건에 대해 투표했지만, 비공개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비밀주의는 몇 시간 뒤 갑작스럽게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 오락가락 행태로 이어졌다. 국민연금이 주총에서 찬성투표를 했다는 게 알려진 뒤에야 부랴부랴 보도자료를 내고 “의결권행사지침에 따른 사외이사로서 결격 사유가 없어 찬성표를 던졌다”고 해명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600조 원을 굴리는 세계 3대 연기금치고 매우 아마추어적인 행태”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해명 이후 논란은 더욱 거세지는 양상이다. 찬반 논란이 뜨거운 안건이었음에도 외부 전문가가 아닌 내부위원회(투자위원회)에서 찬반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기금 의결권 행사지침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자체적으로 찬반을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외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결정을 맡길 수 있게 돼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에 대해 외부 전문가 의견을 묻지 않고 내부위원회에서 찬성을 결정해 ‘최순실 게이트’란 큰 홍역을 앓은 바 있다. 이후 문재인 정부는 기금투자운용의 의사결정과정에 대한 공시를 강화하고 국민연금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거듭 밝혀왔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이번 결정은 내부에서 이뤄졌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의결권 자문사들이 일제히 반대 견해를 내놨지만, 외부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 김병덕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금융권을 비롯해 경제계에 미칠 파장을 생각했다면 절차적 정당성 확보 차원에서 전문위원회의 심의를 거쳤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정부 입김에 따른 결정이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노동이사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으로 내년부터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도입이 예정돼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
내부위원회서 자체 찬반결정
주총에‘투표결과비공개’요청
비판여론 일자 보도자료 배포
‘정부입김 따른 결정’의혹확산
국민연금공단(국민연금)이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이후 기금 운영 결정 과정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겠다고 외쳤지만, 정작 KB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밀실 의사 결정과 투표 결과 공개 회피, 갑작스러운 공개 등의 석연치 않은 모습을 보여 논란이 되고 있다. 낙하산 논란 속에 지난 7일 취임한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의 첫 결정이었음에도 폐쇄적인 의사결정과정이 재현되면서 정부의 뜻에 따라 ‘거수기’ 역할을 하는 국민연금에 대한 관치(官治) 논란이 커지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전날 오전 진행된 KB금융 주총에서 통과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 ‘하승수 변호사 사외이사 신규선임(노동이사제 도입)’에 대해 비공개 투표했다. 주총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투표 결과에 대해 비공개로 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안다”면서 “(국민연금이)그동안 (KB금융) 주총에서 여러 안건에 대해 투표했지만, 비공개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비밀주의는 몇 시간 뒤 갑작스럽게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 오락가락 행태로 이어졌다. 국민연금이 주총에서 찬성투표를 했다는 게 알려진 뒤에야 부랴부랴 보도자료를 내고 “의결권행사지침에 따른 사외이사로서 결격 사유가 없어 찬성표를 던졌다”고 해명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600조 원을 굴리는 세계 3대 연기금치고 매우 아마추어적인 행태”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해명 이후 논란은 더욱 거세지는 양상이다. 찬반 논란이 뜨거운 안건이었음에도 외부 전문가가 아닌 내부위원회(투자위원회)에서 찬반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기금 의결권 행사지침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자체적으로 찬반을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외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결정을 맡길 수 있게 돼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에 대해 외부 전문가 의견을 묻지 않고 내부위원회에서 찬성을 결정해 ‘최순실 게이트’란 큰 홍역을 앓은 바 있다. 이후 문재인 정부는 기금투자운용의 의사결정과정에 대한 공시를 강화하고 국민연금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거듭 밝혀왔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이번 결정은 내부에서 이뤄졌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의결권 자문사들이 일제히 반대 견해를 내놨지만, 외부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 김병덕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금융권을 비롯해 경제계에 미칠 파장을 생각했다면 절차적 정당성 확보 차원에서 전문위원회의 심의를 거쳤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정부 입김에 따른 결정이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노동이사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으로 내년부터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도입이 예정돼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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