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가경쟁력 지수서 부진
최근 4년간 70~80위권 맴돌아

“금융, 정책보조수단으로 오용
정권 바뀔 때마다 폐기” 비판

낙하산·정책규제 논란 확산
‘금융권 길들이기’ 우려 커져


우리나라의 금융시장 발전도가 지난 10년간 퇴행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산업이 정부마다 바뀌는 정책의 보조 수단으로 이용돼온 탓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에서도 금융권 전반에 노골적인 ‘관치(官治)’가 되풀이되면서 금융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매년 발표하는 국가경쟁력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금융시장 발전도’ 항목 순위가 10년 넘게 중·하위권에서 뒷걸음질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시장 발전도 순위는 지난 2006-2007년 발표에서 세계 125개국 중 49위를 기록한 뒤 2007-2008년에 세계 27위로 올라서는 등 높아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듬해 58위, 그 다음해 83위 등으로 추락한 뒤 계속 하위권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지난 9월 발표한 2017-2018년 순위에서는 137개국 중 74위를 기록했다.

또 국내에서 발생하는 총부가가치 중에서 금융 및 보험업의 비중은 1997년 외환 위기 이전보다도 줄어들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1997년 국내 총부가가치의 6.2% 수준이었던 금융 및 보험업의 비중은 2002년 7.2%로 최고점을 찍은 뒤 다시 떨어졌다. 지난 2015년에는 5.5%까지 추락했다. 외환 위기 이전보다 0.7%포인트 낮아진 셈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금융산업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바뀌는 경제정책의 보조 수단으로 동원돼온 탓이라고 지적한다. 지난 6월 금융학회 정책심포지엄에서 한재준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외환 위기 이후 각 정부의 금융산업정책 형성 배경과 평가’ 보고서에서 “노무현 정부는 금융 허브 정책을 제조업을 대신할 신성장 동력으로 삼아 자산운용업에 초점을 두고 추진했지만, 후임 정권에서는 다시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로 성격이 바뀌었고, 이명박 정부는 글로벌 금융 위기가 발생하자 성장 동력으로 녹색 산업을 택하고 지원 수단으로 녹색 금융을 추진했다”고 정권마다 바뀌어온 금융정책의 문제를 지적했다.

한 교수는 “금융산업은 정권별 어젠다를 뒷받침하는 수단으로 오용되다가 후임 정권에서 폐기되기를 반복해왔다”고 비판했다.

금융권 낙하산 인사뿐만 아니라 정책 규제 등 관치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도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정부에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된다면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수준은 퇴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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