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서 소년 생명 구한 승무원 3총사
대한항공 백나리·서유나·최지혜씨
호텔 객실서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주저없이 달려나가 응급조치 시행
10여분간 가슴압박·인공호흡 반복
아이 울음소리 터지자 안도의 한숨
고강도 안전교육 해외서도 빛 발해
10월 말 터키 이스탄불의 한 호텔에서 소년의 생명을 구한 대한항공 백나리(29·오른쪽)·서유나(32·왼쪽)·최지혜(27) 객실승무원의 이야기가 화제가 됐다. 경력 6∼7년 차 승무원으로 한 팀에 근무하며 승객들의 안전과 서비스를 책임지고 있는 이들을 지난 21일 서울 중구 서소문로 대한항공 빌딩에서 만났다. 세 승무원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강도 높은 훈련을 수차례 받았기 때문에 신속한 대처를 할 수 있었다”고 겸손해했다.
◇호텔에서 들었던 뜻밖의 절규 = 지난 10월 28일 오후 1시쯤, 세 승무원은 이스탄불로의 비행을 마치고 승무원들이 체류하는 와우(WOW)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다 호텔 10층 복도에서 도와달라는 다급한 목소리를 들었다. 백 승무원이 밖으로 나가자 미처 옷을 챙겨 입지도 못한 한 여성이 넋이 나간 표정으로 의식과 호흡이 없는 상태의 6세 남자아이를 안고 울부짖고 있었다.
백 승무원은 “복도에서 비명소리가 들려 귀를 기울이니, 절규에 가깝게 ‘Help me’라는 소리가 들렸다”며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구나 싶어 주저할 틈 없이 달려나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백 승무원은 서둘러 호텔 프런트로 달려가서 상황을 알리고, 서 승무원과 최 승무원은 아이의 상태를 살핀 후 응급조치를 시작했다. 평소 회사로부터 안전훈련을 받았던 대로 현재 시간을 먼저 확인하고, 둘이 교대로 가슴압박 30회와 인공호흡 2회를 한 세트로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했다. 약 10분의 시간이 흘렀다. 심폐소생술을 4세트가량 반복 시도하자 아이가 스스로 호흡하기 시작했다. 서서히 의식이 돌아오고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
최 승무원은 “아이가 울자,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며 “무사히 깨어난 것에 고마운 마음이 들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더라”며 그 순간을 회상했다. 당시 호텔에는 의료진이 없었고, 구조대 도착 역시 늦어지고 있었다. 이들이 없었다면 자칫 큰일 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아이의 의식이 돌아온 후에도 따뜻한 물수건을 만들어 아이를 돌보는 등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제 괜찮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안심하며 방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다음날 호텔을 출발할 때에는 아이의 상태가 호전돼 무사히 떠났다는 이야기를 호텔 측으로부터 전해 들었다. 서 승무원은 “9월 회사에서 정기안전훈련을 받았는데 제가 엄마기도 하다 보니 영유아 대상 심폐소생술을 유심히 들었던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와우호텔 측은 “10월 28일 발생한 긴급한 상황은 관련 지식이 있는 분의 응급조치를 필요로 했으며, 환자를 잘 돌봐준 덕에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승무원들의 노고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는 감사 서신을 14일 대한항공에 전달했다.
백·서·최 승무원은 “객실승무원 하면 서비스를 먼저 떠올릴 수 있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이 안전”이라며 “지금 이 시간에도 대한항공 객실승무원들은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고, 우리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매년 반복교육, 돌발상황 대처 = 서 승무원의 언급처럼 대한항공은 매년 객실 승무원을 대상으로 항공기 운항 중 발생할 수 있는 비정상 상황에 대비하여 비상탈출 및 화재진압, 항공보안 등의 내용을 포함한 정기안전훈련을 하고 있다. 훈련 중에는 심폐소생술과 응급처치 등에 대한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특히, 응급처치 교육의 경우 대한심폐소생협회가 심폐소생술 전문 교육기관으로 지정한 대한항공 항공의료센터에서 담당한다. 항공 의료 분야에서 다년간 경험을 축적한 최소 10년 이상 경력의 간호사들로 구성된 강사진이 심폐소생술을 포함한 기내 응급처치 방법 등을 강의한다. 교육 중에는 성인, 소아, 영아 승객의 응급 상황을 가정하고 기내 환자 발생 시 신속한 구조를 위한 일련의 과정을 배운다. 환자 상태 확인·도움 요청·심폐소생술(가슴압박 30회·인공호흡 2회)·자동심장충격기의 사용이 주 내용이다. 혼자 환자를 발견했을 때 시행하는 1인 심폐소생술과 도움 요청을 통한 2인 구조 심폐소생술 등 상황별로 실습을 진행한다. 기내 환자 발생 시에는 팀워크를 바탕으로 동시다발적 역할 분담을 통해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정기안전훈련 외에도 신입 및 장기 휴직 후 복직한 객실승무원을 대상으로 안전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신입 승무원의 경우, 응급처치를 포함해 항공보안, 상황별 대응실습훈련, 기종 전문 훈련 등 20여 일간 집중적으로 안전교육을 받는 등 안전을 위해 만전을 기한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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