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부터 섬유3공장이 가동됐습니다.”
차에 나란히 앉았을 때 나타샤가 보고했다. 섬유3공장은 근로자 수가 3만 명인 대규모 의류공장이다. 이곳에서 생산된 섬유류 제품은 전량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으로 수출된다. 이미 보고를 받았지만 서동수가 정색하고 말했다.
“나타샤, 이제는 제품 품질이야. 철저하게 품질 수준을 높여야 돼.”
“각 공장마다 제가 공문을 보냈습니다.”
“위원장님의 주의사항은 바로 공문으로 보냅니다.”
“품질관리위원회를 구성할 거야. 위원회에서 품질 체크를 하고, 규정에 미달된 업체는 가차 없이 징벌하는 제도를 도입할 거야.”
“예, 위원장님.”
“나타샤, 네가 품질관리위원장을 맡아.”
놀란 나타샤가 숨을 들이켰지만 곧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당분간은 정부기관이 품질관리를 주도하는 수밖에 없어.”
각 업체에 맡기면 생선가게를 고양이한테 맡긴 꼴이 될 것이다. 이제 시에라리온에는 한국의 동성그룹을 비롯한 대기업 집단, 중국과 일본 기업들의 투자가 쏟아져서 나라 전체에 건설 경기가 일어났다. 건설업이 경제의 신호등 역할을 한다. 건설한다는 것 자체가 바로 경기가 시작되는 것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공장을 건설하는 것은 곧 그 공장을 짓고 나서 그 공장이 또 제품을 생산한다는 표시다. 그때 나타샤가 머리를 돌려 서동수를 보았다.
“오늘 어디서 주무세요?”
서동수가 숨을 들이켰다. 방금 나타샤는 한국말을 한 것이다. 나타샤뿐만 아니라 경발위 위원들, 심지어 암보사 대통령까지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서동수의 시선이 운전사를 스치고 지나갔다. 차 안에는 흑인 운전사까지 셋뿐이다.
“그건 왜 묻는데?”
한국어로 묻자 나타샤가 볼에 보조개를 만들며 웃었다.
“밤에 가려고요.”
‘가려고요’의 발음이 ‘자려고요’로 들렸기 때문인지 서동수의 목구멍이 좁혀졌다. 나타샤는 아직도 시선을 준 채 떼지 않는다. 서동수는 입안에 고인 침을 삼켰다. 그동안 수없이 참았다. 별놈의 핑계를 다 대고 참았지만 부질없는 짓이었다. 결국은 ‘할’것을 스스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침내 ‘때’가 된 것 같다. 가려고든 자려고든 마찬가지 의미다. 서동수가 입을 열었다.
“밤에 와서 뭐하게?”
“그거 한국말로 뭐라고 하죠?”
“뭐 말이냐?”
그때 나타샤가 운전사의 뒤통수를 보더니 곧 서동수를 향해 눈을 흘겼다.
“그거요.”
다시 나타샤가 ‘그것’이라고 말했을 때 서동수가 심호흡을 했다. 욕정이 치밀어 올랐기 때문에 시선을 떼어야만 했다. 그때 나타샤가 말했다.
“아, 알았다. 오입.”
서동수가 어금니를 물었다. 어떤 놈이 저 단어를 가르쳐 주었을까? 한국어 교본에 ‘오입’이라는 단어가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다시 나타샤가 생각난 얼굴로 말했다.
“성교도 있네.”
왜 이렇게 한국어 단어가 빈약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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