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절반은 어떻게 사는가 / 제이컵 A 리스 지음, 정탄 옮김 / 고유서가

130년 전, 미국 뉴욕 맨해튼의 이스트사이드는 당시 전 세계에서 가장 과밀한 지역이었다. 2.6㎢당 29만 명이 거주했는데, 여의도에 세종시 인구가 밀집해 있었던 셈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이민자들의 행렬은 낡고 허름한 공동주택으로 몰려들었고, 그곳은 빈곤과 전염병, 노동 착취 등으로 물들어갔다.

대피로 하나 없는 단칸방에서 겨우 누울 자리만 얻은 가족들, 시간도 없이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노동 현장, 가족은 물론 사회의 무관심 속에서 갱단이 되어가는 부랑아들, 선거 승리에 혈안이 된 정치인들이 빈민들의 표를 헐값에 매수하는 싸구려 숙박업소….

미국 사진작가 겸 저널리스트로 오늘날 포토저널리즘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제이컵 A 리스(1849∼1914)는 누구도 보고 싶어 하지 않는 도시의 치부를 기록으로 남겨 당대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19세기 말 참담한 현실에 대한 그의 ‘고발’은 여전히 ‘세상의 절반’에 애써 눈 돌리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변치 않은 울림을 준다. “‘나머지 절반’의 고통과 죄악 그리고 그들로부터 잉태한 악폐가 그들에게 다른 선택지를 주지 않은 우리 공동체에 대한 지극히 정당한 단죄로 드러난다면, 그 이유는 그것이 사실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472쪽, 1만8000원.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인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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