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진 대표가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사옥 집무실에서 73타를 친 뒤 한꺼번에 받은 3개의 기념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
이호진 대표가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사옥 집무실에서 73타를 친 뒤 한꺼번에 받은 3개의 기념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
이호진 킬른커뮤니케이션㈜ 대표

몇년간 최저타 ‘80’ 반복하다
지난 6월 친구·선배와 라운드
전반 38타… 후반엔 5연속 버디
치면 붙고 떨어지는 신들린 샷
내심 언더파 욕심내는 바람에
17번 보기·18번 더블… 73타

평소 핸디주던 동반자 모두 85타
세명이 기념패 하나씩 만들어 줘


종합광고대행사를 운영하는 이호진(48) 킬른커뮤니케이션㈜ 대표는 한 라운드를 잘 친 덕에 기념패 3개를 한꺼번에 받은 적이 있다. 동반자 셋이 각자 한 개씩 나눠서 만들어 전달해줬다. ‘싱글 패’ ‘사이클(링) 버디 패’ 그리고 ‘생애 최저타 패’를 받았다.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사옥 집무실에서 만난 이 대표는 장식장 한쪽에 자리 잡은 자랑스러운 패를 꺼내 들며 한꺼번에 받은 사연을 소개했다. 지난 6월 21일이었다. 경기 양평의 더 스타 휴 골프장에서 친구, 선배 2명과 라운드 때였다. 1오버파 73타를 쳤다. 직전까지 몇 해 동안 80타만 기록하며 70대 고개를 넘지 못했던 이 대표는 이날 펄펄 날았다. 전반 스타 코스에서 버디 1개에다 보기 3개를 더해 38타를 쳤다. 10여 분간 머문 스타트 하우스에서 “오늘 골프가 좀 되니 후반에도 잘 쳐라”는 동반자들의 격려를 듣고 10번 홀로 향했다.

응원을 받은 이 대표는 후반 휴 코스에 2번 홀(파4)에서 비록 보기를 적어냈지만 이후 한 시간여 동안 신들린 골프를 구사했다. 3번 홀부터 7번 홀까지 5개 홀 연속 버디를 기록한 것. 3번 홀(파5), 4번 홀(파4), 5번 홀(파3)에서 ‘사이클(링) 버디’를 잡아냈다. 3번 홀에서는 2온에 성공하며 이글 기회를 잡았지만, 거리가 멀어 2퍼트로 버디를 잡아냈고, 4번 홀에서는 2온 후 별 고민 없이 ‘툭’ 하며 친 5m짜리 버디 퍼트가 홀로 들어갔다. 이어진 5번 홀에서는 티샷을 1m 남짓한 거리에 붙여 탭인 버디를 작성했다. 이 대표는 이어 6번 홀(파4)과 7번 홀(파3)에서 버디 2개를 더했다. 설령 남은 2개 홀에서 ‘더블 파’를 친다 해도 첫 70대 진입이 확정된 상태였고, 내심 ‘언더파’ 도전도 가능했던 상황. 하지만 더 큰 기록을 의식했던 탓일까. 8번 홀(파4)에서 티샷이 벙커로 들어가 보기를, 마지막 9번 홀(파4)에서는 티샷이 산으로 올라가면서 1벌타를 받아 3온 후 3퍼트로 더블보기를 범했다. 언더파는 놓쳤지만 1오버파를 기록했다. 이 대표는 평소 이들에게 핸디를 몇 점씩 받아왔지만 이날만큼은 동반자들을 압도했다. 이 대표를 제외한 동반자 3명은 약속이나 한 듯 나란히 85타를 쳤다.

이 대표에게 79타는 정말 어려운 벽이었다. 그동안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80타만 20여 차례나 작성했기 때문이다. 올해 초 경기 광주의 남촌골프장에서는 이글을 포함해 전반에만 2언더파를 쳤는데, 후반에 부진하면서 결국은 81타로 끝냈다.

이 대표는 증권 맨 출신.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으로 입사한 증권사가 1년 만에 문을 닫아 현대증권으로 옮겼다. 골프는 지점 근무 시절 선배가 연습장 3개월 치를 끊어주면서 지하 연습장에서 시작했다. 연습장에 간 게 전부다. 이후 홍보실에서 광고 업무를 맡으면서 주2∼3회씩 라운드를 나갈 때가 많았다. 그러나 ‘일’이라고 생각하니 골프도 별 재미 없었고, 대충 치다 보니 연습할 필요성도 못 느꼈다. 실력도 늘지 않았다. 하지만 광고대행사를 차리면서부터는 골프에 대한 생각이 변했다. 늘 호스트였지만, ‘민폐’를 끼칠 정도가 되자, 연습장에 다시 다니면서 실력을 키웠다.

이 대표가 자주 라운드하는 곳은 코스나 서비스가 좋기로 소문난 남촌과 더 스타 휴 골프장이다. 두 곳의 회원권을 아예 샀다. 이 대표의 최근 스코어는 80대 초반은 무난한 편이다. 240m의 비거리를 자랑한다는 이 대표는 지금까지 작성한 5차례 이글 가운데 남촌에서만 3차례나 된다. 특히 아일랜드 그린이 인상적인 17번 홀(파5)에서만 2차례 이글을 기록했다. 이 홀에서는 드라이버 티샷 후 160∼170m 정도를 남길 정도여서 10번 중 5∼6차례는 2온에 성공시키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이 대표는 증권사에서 10년 근무하다, 2015년 독립해 지금의 광고회사를 차렸다. 광고 자체가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하고, 머릿속에 상상했던 것들을 화면이나 그림으로 표현하고,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하는 게 재미있었다. 이 대표는 “광고는 생각하기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를 가져다준다”면서 “기존의 광고대행사들이 보지 못했던 부분을 집중 어필하고는 있지만 후발주자로서 어려움도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출발은 미미했지만, 이 대표는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와 게임업체 등 이미 굵직한 클라이언트들도 확보했고 앞으로 골프 관련 업종 광고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골프는 정말 좋은 친구와 같다”는 이 대표는 몇 해 전 친구와 함께 둘이서만 태국으로 날아가 10일 동안 매일 36홀씩 친 적도 있다. 매일 오전 8시부터 18홀을 돌고, 점심 먹고 다시 18홀 치고, 그렇게 10일 내내 무려 360홀을 돌면서 원 없이 골프만 치고 왔던 경험도 있다. 이때 함께 갔던 친구가 친 샷이 나무에 앉아 있는 새를 맞힌 적도 있다. 지금도 골프에 대한 열정만큼은 여전하다는 이 대표는 다음 달에는 친구 셋과 함께 중국 하이난(海南) 성에서 4박 5일 일정으로 180홀에 도전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처음으로 70대 스코어를 작성한 뒤 골프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하지만 결과는 예전만 못했다. 골프를 나갈 때마다 생각이 많아졌고, 중간중간 이렇게도, 저렇게도 골프 스타일을 고쳐보지만 잘 안 되더라는 것. 이 대표는 “몸으로 스윙해야 하는데 머리로만 복잡하게 스윙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골프를 칠 때마다 겸손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 대표는 “골프가 잘 쳐서 재미있는 게 아니라 안 되니까 더 재미있다”면서 “요즘도 라운드를 앞두고는 ‘진지하게 치자’고 다짐하는 편이다. 얼마 전 96타까지 기록했다는 그는 “잘해주다가도 조금만 잘못하면 엄청 혼날 때가 많다”고 웃었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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