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한·중 사드 갈등 봉합’ 시도가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달 31일 이른바 ‘3불(不)’ 합의를 놓고 정부는 이미 설치된 사드는 기정사실화하는 식으로 문제가 일단락됐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중국은 계속해서 노골적으로 사드의 제한과 철수까지 요구하고 있다. 3불 합의 자체만으로도 안보 주권이 심각하게 훼손됐는데, 그것으로 양국 관계를 미봉도 하지 못하고 추가 요구까지 받는 상황은 가위 외교(外交) 참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문 대통령의 다음 달 중국 국빈방문과 내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중국대표단 ‘격’ 문제까지 맞물리면서, 한·미 동맹을 위협할 정도의 심각한 대중(對中) 굴욕 외교까지 우려된다.

지난 22일 한·중 외교장관회담이 끝난 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르바오의 자매지인 환추스바오는 23일 “왕이 외교부장이 3불 1한(三不一限) 입장을 표명했다”고 전하면서 “1한이란 이미 배치된 사드 시스템의 사용에 제한을 가해 중국의 전략이익을 해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는 설명까지 붙였다. 이 신문은 “3불 1한 이행이 한·중 관계 교착 타개의 기초”라고까지 주장, 사드 제한 조치가 한·중 관계 개선의 전제임을 공식화했다. 한국 정부 입장을 뒤집는 것은 물론 ‘1한’까지 추가로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중국의 이런 움직임은 오만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제대로 대응조차 못하고 있다. 중국 측이 X-밴드 레이더가 중국 측을 감시하지 못하도록 차단벽을 설치하는 등 군사적 보완조치를 요구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외교부는 공식 부인했지만, 강경화 외교장관은 “한·중 간에 협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국방부에 전달할 생각”이라고 밝혀 군사적 후속조치를 인정했다. 같은 말을 놓고 왕 부장은 사드의 ‘단계적 해결’이라고 하고, 정부는 ‘현 상황 관리’라고 한다. 외교 당국이 중국 외교 전략과 전술을 제대로 파악하는지조차 의문이다. 외교안보팀 교체 검토도 불가피해 보인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