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말없이 트로피만 보셔
말도 안되는 일 벌어진것같아
부끄럽지 않은 아빠 되고파”
“트로피 들고 부모님댁에 와 있습니다.”
영화 ‘범죄도시’ 속 위성락 역을 맡아 25일 열린 ‘제38회 청룡영화상’에서 남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진선규(40)는 차분한 목소리로 소감을 전했다. 연기를 시작한 지 21년 만에 받는 첫 상은 값지고 달았다. 그 감동과 흥분이 가시지 않은 듯 시상식 다음날 진행한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아∼ 진짜∼”라는 추임새를 넣으며 벅찬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연기를 시작하고 시상식 후보에 오른 것도 처음인데, 너무 큰 상을 받아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아버지, 어머니께 트로피를 보여드리려고 본가에 와 있어요. 아무 말도 못하시고 그냥 트로피를 그냥 바라보고 계시네요.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것 같습니다.”
진선규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상식에 참석했다. ‘범죄도시’를 함께 한 동료들은 다른 곳에 모여 있었다. 진선규의 수상 여부와 관계없이 상영 막바지에 접어든 ‘범죄도시’의 종파티 자리였다. TV로 시상식을 지켜보던 이들은 “진선규”라고 수상자의 이름이 호명되자 환호를 지르며 눈물을 쏟았다.
‘범죄도시’에서 소름이 끼치는 악역을 소화한 진선규. 입에 착착 감기는 옌볜 사투리 때문에 “진짜 중국 동포 아니냐”는 오해도 받는다는 그는 울먹이며 “중국에서 온 조선족 아니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며 “너무 떨려서 청심원을 먹었는데 상을 받을 줄 알았으면 하나 더 먹었을 것”이라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정작 그는 시상식 후 이튿날 아침 5시까지 회식 자리를 갖고도 아침 예배를 본 독실한 신자다.
“예배 보러 갔을 때도 정말 많은 축하를 받았어요. (웃으며)술만 없었지, 웬만한 회식 자리 못지않은 분위기였죠. 아직도 길거리를 다니면 ‘중국에서 공부했냐?’고 묻는 분들이 많아요. ‘범죄도시’의 사투리를 감수하던 동생들도 ‘형은 지금 옌볜에 가도 먹히는 말투와 비주얼’이라고 말하더군요. 이 이미지로 굳혀지는 것이 아닌가 걱정도 되지만 또 다른 배역을 잘 연기하면 잊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내년에도 진선규는 바삐 움직인다. 개봉을 앞둔 영화 ‘암수살인’에서는 형사, ‘사바하’에서는 스님 역을 맡았다. 또 다른 작품 제안도 꾸준히 들어온다. 하지만 그는 들뜨지 않는다. 한 집안의 가장이자 두 아이의 아빠인 진선규에게 아내는 “정신 바짝 차리라”고 말한다.
“같은 극단 출신인 아내는 학교 후배예요. 내조를 참 잘 하죠. ‘앞으로 더 겸손하고, 허투루 하면 안 된다’고 강조해요. 무엇보다 다섯 살 된 딸, 두살 된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이자 배우가 되고 싶어요. 진선규에게 2017년은 ‘기적의 해’였어요. 이제는 제가 그 기적에 보답할 차례입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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