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회평 논설위원

철수설이 끊이지 않는 한국GM이 일자리를 둘러싼 내부 분규까지 겹쳐 뒤숭숭하다. 갈등의 발단은 ‘인소싱’이다. 회사는 최근 창원공장 등의 비정규직 공정 일부를 ‘인소싱’하겠다고 정규직 노조에 통보했다. 정규직으로 채우겠다는 뜻이다. 졸지에 해고에 직면한 비정규직 노조는 부분파업을 벌이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GM은 3년간 누적 적자가 2조 원에 이른다. 얼마 전에는 GM의 전 유럽 전진기지 오펠을 통한 연 13만 대 수출 길이 막히는 악재까지 떠안았다. 물량 축소는 불가피하고, 희생자로 사내 하청 근로자가 지목된 것이다.

인소싱은 원래 경영전략 용어다. 기업의 상품 개발·생산·판매 모두를 내부에서 처리하는 것을 칭한다. 1980년대 이후 본사가 제품 기획과 디자인을 맡고, 개발도상국에 생산을 넘기는 아웃소싱이 글로벌 대세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후 제조업 가치가 재조명되면서 각국 정부가 기업 유턴, 곧 인소싱을 독려해왔다. 히든 챔피언을 연구한 헤르만 지몬도 세계적인 강소기업의 공통된 특징으로 높은 품질 유지를 위해 아웃소싱을 기피하는 것을 꼽았다.

한국GM의 인소싱은 경영 아닌 노동 이슈라는 점에서 복잡하다. 정규직으로 생산 라인을 채우는 것은 얼핏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작 칼을 맞고 비명을 지르는 쪽은 그들이 보호한다는 비정규직이다. 정규직 노조는 인소싱이 불가피하다는 회사 측 입장을 지지한다. 같은 근로자로서 고통을 함께 나누자는 비정규직 요구엔 외면한다. 고용노동부는 정규직 대체투입을 적법으로 보는 기류다. 그동안 정규직의 일자리 지키기 행태를 묵인해왔던 금속노조는 이번엔 웬일인지 비정규직 쪽에 섰다.

자동차 업계의 비정규직 불씨는 20년 전 외환위기 직후 만들어졌다. 1998년 현대자동차 근로자 277명이 정리해고된 충격으로 노조는 고용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2000년 현대차 노사가 체결한 완전고용합의서는 정규직 해고 절대 불가와 16.9% 비정규직 허용을 맞바꿨다. 한국에서 비정규직 문제의 사실상 시작이었다. 정규직 밥그릇을 위해 비정규직이 완충지대로 등장했고, 지금 한국GM에서 그 일단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친(親)노동 정부에서 드러난 기득권 노조의 민낯과 약육강식 행태가 보기에 민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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