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이념 확산 디딤돌로’ 정치적 의도 담긴 듯

메레디스, 3조원에 인수 합의


미국 복합 미디어그룹 메레디스 코퍼레이션이 유력 시사주간지 타임을 전격 인수한 가운데 미국 공화당의 배후 실력자인 코크 형제가 메레디스의 타임 인수를 위해 6억 달러(약 6522억 원)를 투자한 것으로 나타나 배경과 의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6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메레디스는 이날 타임의 모든 지분을 주당 18.50달러에 현금으로 인수키로 합의했다. 총 인수가는 부채를 포함해 28억 달러(3조461억 원)이다. 지난 25일 뉴욕증시에서 타임의 종가는 16.90달러, 시가총액은 16억8000만 달러다. 메레디스는 내년 1분기 안으로 인수 절차를 완료할 계획이다. 메레디스는 패밀리 서클, 베터 홈스 등과 같은 여성 취향의 잡지를 발간하고 있으며 가구수 기준으로 미국에서 30% 정도의 지역 텔레비전 방송국도 보유하고 있는 미디어 복합그룹이다.

메레디스의 타임 인수를 위해 미국 10대 부호로 꼽히는 석유·화학 기업인 찰스·데이비드 코크 형제는 ‘코크 에쿼티 디벨로프먼트’를 통해 6억 달러를 투자했다. 미국의 경제잡지 포브스가 최근 발표한 ‘미국 400대 부호 리스트’에 따르면 코크 형제는 각 485억 달러(53조 원)로 공동 6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석유와 화학 분야의 사업을 영위하는 비상장 회사 코크인더스트리즈의 지분을 각각 42%씩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은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보수 후보를 돕기 위해 7억2000만 달러를 기부하는 등 공화당의 ‘큰 손’ 후원자로 보수 진영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코크 형제는 지난 2003년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 시카고트리뷴 등 트리뷴 컴퍼니의 8개 신문의 인수 의향을 보이는 등 미디어 사업 영역 확장에 끊임없는 관심을 보여왔다.

이에 따라 코크 형제의 메레디스 타임 인수 참여는 단순한 투자 목적뿐 아니라 보수적 이념을 확산하기 위한 장치로 활용하고자 하는 정치적 목적을 담고 있다는 관측이다. 미디어복합그룹 타임워너에서 독립한 타임은 진보 성향 매체로 분류되고 있다. 미디어 칼럼니스트 마이클 올프는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인수·합병(M&A) 시도는 투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31개 신문, 제프 베저스 아마존 CEO는 워싱턴포스트(WP)를 소유하고 있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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