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한양대병원·상계백병원 체불 임금 지급”… 노조까지 반발

상여금 범위 어렵게 합의
勞, 경영 부담 고려해 양보
使, 근로 조건 개선 약속해
“정부 감독 과잉개입 아니냐”


서울 지역 대학병원에 통상임금 관련 임금 체불 시정조치가 내려지자 노동조합 관계자들이 반발하고 나서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노사(勞使) 합의를 이뤘는데 정부의 개입으로 되레 노조의 발언권이 약해지고, 기존 합의마저 백지화될 수 있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정부의 과잉개입 논란,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27일 고용노동부 서울지방고용노동청과 병원 측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 한양대병원(약 21억 원)과 노원구 상계백병원(약 19억 원)은 정부에서 체불 임금을 지급하라는 시정조치를 받기 전 노사 간 합의를 도출했다.

경영 부담 속에서 병원 측이 △인력 추가 고용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처우 개선 △직원 복지 향상 등 노조의 근로조건 개선 요구를 수용해 이루어진 합의였다. 이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 9월 장시간 근로 업종 수시감독을 시행, 의료업 분야에서 이들 2개 병원을 선정해 근로 감독을 진행한 뒤 직원들의 야간·휴일근무 등 시간외근무수당 등을 지급하지 않은 데 대해 11월 초 시정조치를 내렸다.

이들 체불 임금 대부분은 통상임금과 관련돼 발생했다. 서울노동청은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반영해 지급했어야 할 수당과 실제 지급된 수당의 차액을 체불 임금으로 판단했다. 근거는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상훈 대법관)의 판결이었다. 당시 대법원은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과 각종 수당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범위에 대해 노사가 별도로 합의를 이룬 상태였다는 점이다. 두 병원은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주도 아래 2014년 정기상여금의 600%를 매년 200%씩 통상임금에 포함하기로 합의했다. 한양대병원의 경우 근로감독을 받기 직전 상여금의 500%를 2020년까지 통상임금에 추가 반영하는 단계적 인상안에 합의한 상황이었다. 특히 이번 시정조치로 노조 합의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처하면서 노조가 반발하고 있다. 한양대병원 노조 관계자는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해 노사합의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병원에 대한 시정조치는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상계백병원 노조 관계자는 “통상임금에 관해서는 산업별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는 “노사 합의가 법에 우선할 수는 없고, 감독관들이 그런 것을 다 고려해 시정조치를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 노동법학과 교수는 “당사자의 문제 제기도 없는데 제3자인 정부가 단속에 나서는 건 임금 문제에 대한 감독 행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처벌보다 이를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상임금에 대한 기준과 정의가 완전히 정착됐다거나 사회적 합의를 이룬 것이 아니기에 정부가 감독에 나서는 건 과잉개입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현진·조재연 기자 jjin23@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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