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권분립은 민주주의 체제의 근간이다. 행정권을 장악한 세력이 공공연히 사법부(司法府)와 입법부를 흔들어대면 민주주의는 위험에 처한다. 그런데 집권 반 년을 겨우 넘긴 시점에 이런 현상이 노골화하고 있다. 최근 김관진 전 국방장관과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이 구속적부심을 통해 석방되자 담당 판사(서울중앙지법 신광렬 형사수석부장판사)를 겨냥한 비난이 도를 넘고 있다. 여당 대변인이 결정을 맹비난하고, 의원들은 ‘떼창’ 운운하며 선동한다. 현 검찰의 무리한 적폐 수사도 문제이지만, 여권(與圈)이 앞장서는 이런 반(反)법치 기류는 더욱 위험한 일이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25일 “사안 심리도 하지 않는 적부심에서 사건 유·무죄를 가리는 식의 판단을 한 것은 근본적으로 잘못이자 구속적부심의 한계를 일탈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도 1987년 변호사 시절 구속적부심에서 풀려난 적이 있는데 공당(公黨)이 적부심 인용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황당하다. 무차별 구속 수사의 문제부터 살피는 게 옳다. 박범계 의원은 한술 더 떠 신 판사 개인을 향해 “성급하고도 독단적인 결정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법리가 아니라 소수의 정치적 공세와 궤를 같이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안민석 의원은 “국민과 떼창으로 욕을 하고 싶다”고 거들었다. 송영길 의원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연관 지으려 시도하기도 했다.

신 판사는 사법고시 합격 이후 1993년부터 줄곧 판사의 길을 걷고 있다. 백 대변인은 검사 생활 10여 년 만에, 박 의원은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거쳐 정치에 입문했다. 그럼에도 신 판사의 고향과 대학까지 들먹이며 신상털기에 나선다. 신 판사를 ‘정치 판사’로 비난할 자격이 있는지부터 성찰하기 바란다. 구속적부심은 유무죄 판단과 별개로 불구속 재판의 필요성과 관련된 결정이다. 자칭 진보정권이면서 ‘내편’ 아니면 ‘피의자 인권’도 내동댕이치는 이중성이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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