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거사 크리스티 원작 영화화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진)은 원작 소설을 쓴 애거사 크리스티(1890∼1976) 팬과 영화 자체를 즐기는 팬에게 다른 지점에서 재미를 안겨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영화는 크리스티가 1934년에 쓴 동명 소설의 틀을 충실히 따라가면서도 새로운 설정을 가미해 영화적 재미를 강화했다.
원작 팬은 소설의 맛을 잘 살려주는 장면과 소설을 품격있게 재현해낸 멋진 영상에 감탄할 것이고, 원작을 잘 모르는 영화 팬은 고전적으로 펼쳐지는 추리물의 잔잔한 흐름에 낯선 흥미를 느낄 것이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자극적인 요소를 펼치는 오락영화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다소 지루하게 다가갈 수도 있다.
영화는 주인공인 탐정 에르퀼 푸아로가 아침 식사용 삶은 달걀 두 개의 높이를 재고, 사람들의 비뚤어진 넥타이를 못 견뎌 하고, 길을 걷다 한쪽 발이 동물의 분변에 빠지자 균형을 맞추기 위해 다른 발도 분변에 담그는 등 그의 결벽증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이어 그가 우연히 이스탄불에서 런던으로 가는 초호화 유럽횡단 열차 오리엔트 특급에 탑승한 후 벌어지는 살인사건의 범인 찾기에 집중한다. 푸아로의 결벽증은 웃음을 유발하며 그가 본능적으로 비뚤어져 있는 것을 못 견디기 때문에 사건 해결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예감케 한다.
달리던 열차가 폭설로 멈춰선 날 승객 중 한 명인 사업가 라쳇이 잔인하게 살해당한 채 발견되고, 푸아로는 범인을 찾아내기 위해 나머지 승객 13명을 일일이 면담한다.
이 영화의 재미 중 배우 보는 맛을 빼놓을 수 없다. 이 영화의 감독이기도 한 푸아로 역의 케네스 브래너와 죽임을 당하는 사업가 역의 조니 뎁을 비롯해 페넬로페 크루즈(선교사 역), 윌렘 대포(독일계 교수 역), 주디 덴치(공작부인 역), 미셸 파이퍼(허바드 부인 역), 데이지 리들리(가정교사 역) 등 쟁쟁한 할리우드 배우가 총출동했다.
푸아로가 거짓이 뒤엉킨 승객들의 말 속에서 단서를 찾아내고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은 짜릿한 쾌감보다는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명배우들이 던지는 대사의 맛과 그들의 표정 연기가 어우러져 명작의 향기가 피어오른다. 소설과 같은 내용으로 펼쳐지는 결말의 반전 강도는 그리 크지 않지만 살인사건에 얽힌 사연이 진한 울림을 선사한다.
말미에는 크리스티의 또 다른 소설인 ‘나일강의 죽음’이 영화로 만들어질 것을 암시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 영화 제작사인 이십세기폭스는 최근 속편 제작 계획을 발표했다. 29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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