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 식당·방공호 찾아 공연
장병·주민 100명 한데 어울려
포격 도발 7주기(23일)를 앞두고 적막감이 흐르던 인천 옹진군 연평도. 매년 이맘때가 되면 을씨년스러운 겨울 날씨 속에 긴장감이 흐르는 곳이지만, 7주기보다 일주일여 먼저 연평도를 찾은 퓨전국악팀 ‘지온(G.On)’ 덕에 올해는 조금 달랐다. 지난 15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신나는 예술여행’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연평도를 찾은 지온은, 군 부대 식당과 방공호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흥겨운 무대를 연출해 연평도를 한층 따뜻한 분위기로 바꿔놓았다. 신나는 예술여행은 전국의 문화 소외지역 및 계층을 직접 찾아가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문예위의 문화 복지 프로그램이자 복권기금 나눔 사업으로, 올해는 서해 5도에서만 10여 회의 공연을 진행했다.
이날 지온의 첫 공연이 진행된 곳은 대연평도 내, 부대원 20명 남짓한 해안수병부대가 사용하는 식당 한쪽. 추운 날씨 때문에 실내에 급히 마련된 간이 공연장에서 판소리, 가야금, 기타, 첼로로 구성된 4인조 퓨전국악팀 지온은 달 여행을 테마로 한 공연 ‘하룻, 달’과 판소리 ‘사랑가’ ‘쑥대머리’ 등을 장병들에게 들려줬다.(사진)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연평도에서 복무 중 이런 공연을 보는 것은 처음이다” 는 군 장병들의 반응 덕에 지온은 예정에 없던 즉석 ‘댄스타임’까지 가졌다. 연평도에서의 두 번째 공연 장소는 적의 공습 등 유사시 주민들이 대피하기 위해 지어진 방공호였다. 지온에서 기타를 연주하는 정호정 씨는 “섬에는 공연시설이 잘 구비돼 있지 않기 때문에 정말 다양한 환경에서 공연하게 되는데, 앞서 공연한 부대에 비하면 이곳은 대극장같이 느껴질 정도”라고 웃으며 말하기도 했다. 저녁에는 연평도 내 인근 부대에서 온 군 장병과 주민 100여 명까지 함께 어울려 공연을 보느라 한층 떠들썩했다.
이번 공연을 유치한 군 관계자는 “부대 내 문화예술활동은 사기진작에 상당한 도움이 되지만 총사령부를 통해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횟수가 한정적이고, 근무일정 등과 맞물려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신나는 예술여행 덕분에 군 생활 중 문화예술공연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장병들에게 문화예술 향유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전했다.
14년째를 맞은 문예위의 신나는 예술여행은 올해 연평도 등 도서 지역뿐 아니라 전국에 있는 교정시설, 하나원, 사회복지시설, 학교 등을 찾아갔다. 경제·사회·지리·특수 소외계층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찾아가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올해만 해도 300여 개의 문화예술 단체가 참여해 4500여 회의 프로그램이 진행됐고, 투입된 예산은 약 211억 원에 이른다. 문예위는 향후 수요자의 자발적 공연 신청이 불가능한 유형을 발굴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프로그램 수혜층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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