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류란 과일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아마도 씨일 것이다. 서양에서 석류는 ‘씨가 많은 사과’로 통한다. 중국인은 석류의 씨가 미인의 가지런하고 흰 치아와 닮았다고 해서, 중국 남부 지방에선 치아가 곱고 입술이 아리따운 미인을 석류교(石榴嬌)라고 부른다. 석류꽃이 피는 음력 오월은 석류달(榴月)이다.

석류는 외양이 여성의 가슴과 닮았고, 여성이 선호하는 맛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지하세계의 신 하데스는 석류로 페르세포네를 유혹해 아내로 맞았다.

석류는 유대교에서 정의를 뜻한다. 과육 1개에 든 씨앗(613개)의 수가 구약성서 토라에 기록된 율법의 총 숫자와 같다는 이유에서다. 석류는 씨가 전체 무게의 절반을 약간 넘는다. 석류의 영문명인 ‘파미그래니트(pomegranate)’는 중세 프랑스어로 ‘씨가 많은 사과’란 뜻이다. 루비처럼 반짝이는 촘촘한 씨는 부귀와 다산(多産)의 상징으로 통했다. 성경에도 올리브나무·포도·무화과와 함께 풍요와 번영을 의미하는 신성한 과일로 묘사돼 있다. 그리스에선 집들이 선물로 인기가 높다. 행운·번창·가정의 번영을 부른다고 봐서다.

자식 낳기를 바라는 여성에게 석류가 염원의 과일이 된 것도 씨 때문이다. 영국 헨리 8세의 첫 번째 아내인 캐서린 왕비는 자녀를 갖기 위해 문장에 석류를 새겨 넣었다. 그럼에도 캐서린이 왕자를 낳지 못하자 왕은 1533년 캐서린의 시녀 앤 불린과 결혼했다. 앤이 달고 다닌 배지엔 석류를 밟고 서 있는 흰 매가 그려져 있다.

클레오파트라·양귀비 등 절세미인이 즐겼을 만큼 예부터 석류는 여성을 위한 과일로 인식됐다. 실제로 다이어트·흰 치아·유방암·폐경 등 여성의 관심사에 두루 유익하다.

석류의 씨엔 ‘식물성 에스트로겐’의 일종인 이소플라본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여성의 몸 안에 들어가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처럼 작용한다고 하여 ‘식물성 에스트로겐’으로 통한다. 에스트로겐 분비가 급감하는 폐경 뒤 얼굴이 갑자기 확 달아오르는 등 갱년기 증상에 시달리는 여성에게 석류를 권하는 것은 그래서다. 석류를 즐겨 먹는 페르시아 지역의 폐경 여성은 갱년기 증상을 상대적으로 가볍게 경험한다. 석류 씨 1㎏당 이소플라본 함량은 10∼18㎎이다. 과육보다 씨에 이소플라본이 훨씬 많이 들어 있다.

그러나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실제 호르몬제를 대신하기엔 양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호르몬제 한 알을 대체하려면 석류를 씨까지 남기지 않고 700∼800개는 먹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석류는 약성(藥性)이 강한 과일로 알려졌다. 인도의 아유르베다의학에선 꽃·잎·열매·껍질 등 석류의 모든 부위를 약으로 쓴다. 특히 충치나 잇몸이 약한 사람들에게 이롭다. 이를 썩게 하는 주범인 충치균의 발육을 억제하는 카테킨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양에선 석류 성분이 포함된 치약까지 출시됐다.

2008년 미국 UCLA 의대 연구팀이 선정한 ‘건강음료 톱10’ 중 1위가 석류주스였다. 연구팀은 “석류주스는 전립선암 등 일부 암 예방을 돕고 건강한 심장을 유지하게 한다. 항산화물질이 가장 풍부하다”고 칭송했다. 석류즙이 심혈관 질환을 치료하고 예방한다는 광고가 한때 미국에서 방영돼 큰 인기를 누렸으나 201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석류의 심장 보호 효과는 과장광고라며 경고 조치했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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