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키퍼 형제인 이범영(오른쪽)과 범수.
골키퍼 형제인 이범영(오른쪽)과 범수.
K리그서 맞대결 펼칠 ‘형제 골키퍼’ 이범영 - 범수

‘형’ 강원FC 범영
후보생활 동생 맘고생 잘알아
클래식으로 올라와 줘서 뿌듯
경기장서 선의의 경쟁 펼칠것

‘동생’ 경남FC 범수
은퇴 고민할때 형이 붙잡아줘
챌린지서 간판 골키퍼로 성장
이제부터 ‘진정한 도전’ 시작


형이 앞서갔지만, 이제 동등해졌다. 후보, 2부리그를 전전하던 동생을 형이 다독였고, 동생은 마침내 프로 입문 8년 만에 형처럼 1부리그 주전 골키퍼가 됐다.

이범수(27)의 소속팀 경남 FC가 K리그 2부인 챌린지에서 1부인 클래식으로 승격하면서, 내년 시즌 친형인 이범영(28·강원 FC)과 골문 앞에서 우열을 가리게 됐다. 1983년 출범한 프로축구 K리그에서 지금까지 형제 골키퍼의 맞대결이 연출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경남은 올 시즌 24승 7무 5패(승점 79)로 챌린지 1위에 올라 4년 만에 클래식으로 복귀한다. 이범수는 21경기에서 골문을 지켜 18실점으로 선방했고, 지난 20일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챌린지 베스트11의 골키퍼로 선정됐다. 프로 데뷔 8년 만의 영광. 이범수는 “그동안 너무 힘들었다”면서 “(베스트11 선정은) 앞으로 더 잘해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이범영, 범수 형제의 우애는 깊다. 1살 터울에 골키퍼로 자랐다. 신갈고 재학 시절엔 선후배였다. 이범수는 신갈고에서 1년 선배인 형에 밀려 출장 기회를 잡지 못했지만, 슈팅을 참 잘 막아내는 형이 자랑스러웠다. 그런데 형은 늘 앞서나갔다.

이범수는 2010년 K리그 명문구단인 전북 현대에 입단했지만 지난해까지 주목을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전북에서 5년간 3경기 출장에 그쳤다. 일본 J리그로 옮긴 권순태(가시마 앤틀러스)를 뛰어넘지 못했다. 전북은 2011년과 2014년 K리그 클래식 정상에 올랐다. 이범수는 “전북 유니폼을 입고 우승을 두 번이나 경험했지만 보탬이 되지 못했다”면서 “올해 챌린지 우승은 그때와 달리 내가 한몫 거들었기에 기쁨은 더욱 크다”고 밝혔다.

이범수는 2015년 서울 이랜드 FC로 이적했지만, 국가대표 출신 김영광에 가려 2경기 출전에 만족했다. 이범수는 2016년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덜한 대전 시티즌으로 옮겼지만 주전으로 도약하지 못했다. 이범수는 “(후보를 벗어나지 못했기에) 운동을 그만둘 생각을 했고, 군팀에 지원했지만 계속 떨어져 현역 입대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흔들리는 이범수를 붙잡은 건 형. 이범영은 “범수가 은퇴할 것이냐, 경남으로 이적할 것이냐를 놓고 고민하길래 ‘일단 경남을 축구 인생의 마지막 기회라고 여겨라, 독하게 먹고 최선을 다해보라’고 권유했다”고 설명했다. 김범수는 형의 조언처럼 ‘1년만 더 해보자’고 마음을 다잡고 지난 1월 경남으로 옮긴 뒤 챌린지의 간판 골키퍼로 변신했다.

이범영은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의 주역이며, 2014 브라질월드컵 출전 멤버였다. 이범영은 “같이 축구를 시작해 바닥부터 함께한 동료이자 동생이기에 동생이 어떻게 노력했고 고생을 했는지를 너무 잘 알고 있다”면서 “나만 올라가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는데 (경남이 클래식으로 승격해) 이제는 웃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범수에게 형은 롤모델. 이범수는 “형이 출전한 경기를 영상으로 살펴보면서 좋고 나쁜 점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며 “형도 내 경기 영상을 보고 조언을 해준다”고 귀띔했다.

1호 골키퍼 형제는 내년 맞대결을 벌써 기대하고 있다. 이범수는 “부모님께선 경남과 강원의 게임이 열리는 경기장에 (아들을 응원하기 위해) 어떤 유니폼을 입고 가야 하는지 벌써 고민하고 계신다”, 이범영은 “(동생과의 맞대결은) 부모님의 소원이었고, K리그 사상 골키퍼 형제의 첫 격돌이라 이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형제지만 양보는 없을 전망이다. 이범수는 “이제부터 진정한 도전이 시작되는 것이니, 형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범영은 “동생의 각오가 남다르다는 걸 잘 알고 있고, 경기장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
허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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