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사드 합의 불구하고
시진핑도 나서 추가 조치 압박
北核 무방비인 한국 입장 외면
韓中은 價性比 높은 협력 상대
사드 보복 ‘朝貢질서’ 의심 자초
小失大貪의 ‘대국 품격’ 보여야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집착이 지나치다. 10월 말 한·중 양국의 이른바 ‘3불(不)’ 발표문으로 일단락됐다던 사드 문제에서 아직도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달 초 베트남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에 있었던 양국 정상회담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굳이 사드를 다시 거론했고, 지난주 베이징(北京)을 방문했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굳은 표정의 중국 왕이(王毅) 외교부장으로부터 같은 말을 또 들어야 했다.
북한 위협에 대응한 주한 미군의 미사일 요격용 무기 한 포대(砲隊)를 그리도 우려해서야 어찌 중국이 미국과 대등한 ‘신형 대국’으로서 ‘중국의 꿈’을 이루겠는가. 아무리 봐도 중국의 사드 집착은 그 본질을 떠나 한국 길들이기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
이달 초 중국을 방문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방중 기간에 2500억 달러를 웃도는 규모의 풍성한 경협 보따리를 선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정말 사드를 미국의 중국 견제용 포석으로 우려한다면, 당사자인 미국과 진지하게 이 문제를 다뤘어야 했다. 미국에는 경협으로 포장된 저자세를 보이면서 북한의 위협에 직면한 한국에는 그리도 집요하게 사드 약속을 받아내려는 중국을 보면서 주변국을 자기중심적 ‘조공(朝貢)’ 질서에 묶어두려 했던 역사 속의 중국을 떠올리게 된다. 아직도 ‘기술적 전쟁 상태’인 정전 체제에 머물고 있는 한반도에서 북한 핵 위협에 대응한 방어 수단 하나 없다면, 한국 국민의 심리적 안정과 평화로운 일상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전략적 득실이나 배치 여부를 둘러싼 국내 논란이 있었지만, 사드 문제는 어디까지나 한국의 주권 사항이지 중국과의 협의 사항이 아니다.
중국에 근접한 북한 동창리와 풍계리에서의 탄도미사일 실험과 핵실험을 막기 위한 행동에는 그리도 신중한 중국이다. 북한의 위협으로 한반도 주변 해역(海域)과 공역(空域)에 미국의 가공(可恐)할 핵 전력자산이 수시로 드나드는 요즘, 그에 비해 ‘별것 아닌’ 사드에 ‘올인’하는 중국의 모습은 아무리 봐도 어색하다. 아무래도 12월 중순에 있을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부문 후속 협상, 한·중 어업협정 등 일련의 한·중 관계 처리 과정에서 상대의 기선을 제압하고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전략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사드의 본질은 북핵 문제와 미국의 서태평양 전략인데, 중국은 이를 단지 한국을 상대하기 위한 외교적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한·중 관계는 결코 상대의 손실이 내 이익이 되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중국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추구하는 ‘소비 주도형’ 성장과 ‘도시화’를 통한 현대화 과정에서 한국은 ‘가성비(價性比)’가 뛰어난 협력 상대다. 중국 내륙 산업 경제의 노후한 설비 및 기술 수준과 상품 생산 구조로 봐서 기술 소화 경험과 경영 노하우를 갖춘 한국의 효율적 기업은 중국 경제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꼭 필요한 파트너다. 미국과 독일, 일본의 최첨단 기술이나 다국적 기업 경영 방식은 중국의 현실과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이들에 대한 중국의 의존도가 더 높아질 경우, 중국이 그토록 원하는 ‘국제질서의 개선’이나 ‘발언권’의 확대가 어려울 수 있다. 중국은 주한 미군의 사드가 아니라, 미국의 다국적 기업과 트럼프 미 행정부의 보호주의 강화에 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북한과 인접한 중국 동북지역은 중국과 동아시아 지역의 미래를 열어가는 열쇠다. 러시아의 자원과 중국의 공업 기반, 유라시아대륙의 연결 허브로서 지니는 이 지역의 발전 잠재력을 깨우기 위해서는 북핵 위협 해소가 필수적이다. 한국에 대한 사드 압박을 통해 자국에 유리한 상황을 조성하려는 중국의 근시안적 외교 전략은 중국 동북지역의 성쇠(盛衰)를 결정할 한반도의 평화에 기여할 수 없다. 오히려 작은 일에 흔들리지 않는 한·중 관계의 깊이와 상호 배려 및 협력만이 북한을 정상 사회로 변화시킬 수 있다.
모처럼 풀려가는 한·중 관계에 중국이 대국으로서의 품격(品格)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한국 정부 역시 성과에 대한 조급증으로 중국의 외교 전략 행보에 휘둘리기보다는 원칙에 입각해 한·중 관계의 미래를 위해 ‘소실대탐(小失大貪)’하는 전략적 의연함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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