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과 아이디어가 번성하는 소위 ‘현대미술’에서 작가들의 노동은 가치를 잃었다. 밤새워 캔버스에 매달려 혼신의 힘을 다하는 창작 행위가 더 이상 미덕으로 통하지 않는 세상이다. 기발한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미술가로 대접받게 됐다. 그러려면 화려한 학력과 미술계 인맥이 바탕이 돼야 하겠지만. 그래서 작가들은 더 이상 독창적인 화풍을 만들려고 고민하기보다 어떤 것이 미술이 될 수 있는지 머리 굴리는 데 열중하게 됐다. 이런 흐름으로 몸집을 키운 경향이 ‘개념미술’이다. 작품의 결과보다 생각이나 제작 과정 자체에 무게를 두는 미술이다. 지금 우리 미술계를 장악하고 있어 기존 창작 방식을 고수하는 화가들을 주눅 들게 한다. 그러나 개념미술과 회화는 분명히 다른 길이다. 최유미는 그 길에 서 있는 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