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자행된 북한군의 판문점 도발은 대낮에 버젓이 군사분계선 남측으로 난사(亂射)하고, 남측에 도달한 귀순병을 사살하려 한 만행이다. 그런데 도발 14일 만인 지난 27일 현장을 찾은 송영무 국방장관의 언행에서는 재발을 막겠다는 결기를 보기 힘들었다. 이날 언론에 공개된 현장에는 자유의집 부속 건물 환기통 앞면·옆면의 5발, 건물 하단 화강암 벽과 인근 향나무 등 총탄 자국이 선명했다. 이를 본 안보 수장이라면 대남 도발에 대한 응징 의지를 천명하고, 국군과 유엔군을 향해서도 다시는 이렇게 당해선 안 된다는 대적관(對敵觀)을 더 선명히 주지시켰어야 했다.

그럼에도 자화자찬(自畵自讚)에 치중했다. 분노도 보이지 않고 마치 안보 견학이라도 온 듯한 한가한 모습이었다. ‘미니스커트’ 실언(失言)도 이런 안이한 인식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군의 공격은 정전협정 위반임은 물론, 자유를 찾아 경계를 넘는 비저항 인물에 대한 무차별 총격이라는 점에서 반(反)인륜 범죄 행위도 된다.

이번 사건이 국방 태세에 주는 교훈이 수두룩하다. 무엇보다 경계의 실패를 은폐하려 해선 안 된다. 남측으로 달려오는 차량, 뛰어오는 북한군 병사, 이들을 쫓는 북한군과 남측으로의 사격을 지켜보면서도 군의 실질적 대응은 없었다. 그 후의 귀순병 구조작전도 중요하지만 이 초반부가 훨씬 중요하다. 오죽하면 도끼 만행 때 북한 응징에 참여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교전수칙 수정’까지 거론했겠는가. 군은 초반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투명하게 조사하고 재발 땐 ‘동시적·대칭적·비례적’ 대응에 나설수 있게 해야 한다.

송 장관은 “적절하게 잘 대처했다”고 말했다. 단순히 격려 차원이라면 몰라도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문제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라면 더욱 위험하다. 유엔군사령부 교전수칙을 탓하기도 한다. 그러나 1984년 소련인 바실리 마투조프가 망명했을 때는 대응 사격했다. 북한군 3명과 한국군 1명이 사망했다. 당시 교전수칙을 어겼다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설령 교전수칙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수정하도록 한국 측이 앞장서서 노력해야 한다. 이런 노력들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같은 북한 도발에 또 당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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