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이 28일 고용노동부의 파리바게뜨에 대한 제빵기사 직접고용 시정지시에 대해 일단 효력을 유지하는 결정을 내리자, 29일 법조계 안팎에서는 “정부가 처음부터 관련 법을 개정하는 등 정면 승부를 하지 않고 사법부에 공을 떠넘기면서 발생한 사태”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소송의 최대 쟁점은 고용부의 시정지시가 행정소송으로 그 효력을 다툴 수 있는 행정처분에 해당 하는지였다. 파리바게뜨는 고용부의 시정지시가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취소소송(본안소송) 제기와 함께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 박성규)는 “이번 시정지시는 ‘행정지도’에 해당할 뿐 강제성을 띠거나 법적 효과 발생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고용부의 지시가 권고적 성격의 행정지도에 해당해 행정법원이 판단할 영역이 아니라는 취지다. 법원 관계자는 “파리바게뜨로 하여금 시정지시를 이행하거나 과태료를 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정부가 다시 알아서 해결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파리바게뜨는 법원 결정에 대해 즉각 항고할 계획이었으나, 본안소송에 집중하기 위해 항고 방침을 철회했다. 파리바게뜨 측은 “이번 결정문은 직접고용 시정지시를 이행하라는 판결이 아니므로 항고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파리바게뜨가 다음 달 5일까지 협력업체 소속 제빵기사 5300여 명을 직접 고용하라는 시정지시를 이행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입장이다. 과태료 규모는 1인당 1000만 원씩 총 530억 원에 달한다.
이와 관련, 처음부터 고용부가 처분성이 명확한 시정명령을 내리지 않고 시정지시로 ‘우회’해 법원의 각하 결정을 유도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원래 정부 부처는 당사자의 불복소송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자신이 내리는 조치들이 처분성이 없는 걸로 해석되기를 바라는 측면이 크다”고 꼬집었다. 고용부 관계자는 “시정지시를 내린 이유는 처벌보다는 먼저 개선을 이끌어내기 위해서였다”고 반박했다.
근본적으로 파견근로자보호법을 개정하는 작업을 선행하지 않은 정부의 꼼수에 대한 비판도 잇따랐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파견법 개정 작업을 우회한 채 사법부에 공을 떠넘긴 것은 법치주의에 반한다”고 비판했다. 법조계에서는 현재 파리바게뜨가 제기한 취소소송 역시 같은 재판부에 배당돼 있는 만큼 본안에서도 각하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한 법원 관계자는 “파리바게뜨가 우선 시정지시 취소소송을 취하한 뒤 과태료 처분을 받을 경우 다시 파견법 위반 여부를 판단받는 게 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