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9일 발사한 장거리탄도미사일은 역대 최고고도까지 오른 점 등을 감안하면 미국 본토 전역을 사정권에 둔 역대 최대사거리를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정상각 발사 시 사정거리가 1만3000㎞로 추정되면서 북한이 미국과 러시아가 보유한 수준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거리에 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이날 신형 미사일인 화성-15형의 시험발사 성공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이 지난 7월 2차례 화성-14형 시험발사에 이어 이번 화성-15형 시험발사 성공을 근거로 조만간 ICBM 전력화를 선언할 것으로 예측했다. 신원식(예비역 육군 중장) 전 합참차장은 “지난 7월 28일 2번째 화성-14형 시험발사 시 최고고도 3700㎞를 근거로 사거리 1만1000㎞를 예상했지만 이번에 고도 4500㎞까지 올라가 사거리는 1만300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사거리 1만3000㎞면 미국 본토 전역을 사정권에 둘 수 있다. 미국 비영리 과학자단체인 ‘참여과학자모임’(UCS)의 물리학자 데이비드 라이트도 UCS 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미사일 도달 최고고도가 4500㎞를 넘는 점을 들어 이 미사일이 정상각도로 발사됐다면 사거리가 1만3000㎞를 넘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 전 합참차장은 “화성-14형의 사거리는 지난 7월에도 신뢰성은 있었다”며 “하지만 탄두 대기권 재진입기술은 아직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른 전문가들도 북한이 낙탄 지점에서 탄두를 회수하거나 지상 실험실에서 화학적 삭마 과정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 대기권 재진입기술의 신뢰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다만 북한이 화성-15형 발사에 성공한 만큼 전력화 선언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북한은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로 인해 워낙 심각한 국면에 진입, 궁지에 몰려 있다”며 “당장 기술적 진척이 어려운 대기권 재진입기술 확보보다는 미국과의 협상 수단으로 효용성과 가치가 높다고 판단하는 화성-15형의 전력화 선언을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최대사거리 6000㎞인 화성-12형에 비해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화성-15형이 협상 가치가 훨씬 높다는 판단 때문이다.
권 전 교수는 “북한은 화성-15형 전력화 선언 후 미국과의 협상에 진척이 없을 경우 화성-15형을 실사거리로 태평양 상에 발사하며 위협할 가능성도 있지만 이는 미국의 보복을 각오해야 하는 일”이라며 “대신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은 지난 5·7·8월에 육상 사출시험을 5번 정도 했다”며 북극성-3형을 이용한 추가 도발을 예상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탄두 낙하 시 세 조각으로 분리된 점 등을 근거로 다탄두미사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합참은 낙하 시 1발이 떨어진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합참은 다탄두 가능성에 대해서는 “한·미·일이 정밀 분석 중에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