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산층진입 사다리” 홍보 불구
대기업 다니는 맞벌이 부부 등
사실상 혜택 받기 어려운 제도
자녀 하나를 두고 있는 무주택자이자 30대 맞벌이 직장인 A 씨는 정부의 ‘주거복지로드맵’ 발표를 지켜보다가 맥이 탁 풀렸다. 전용 아파트·대출·특별공급 확대까지 신혼부부를 위한 주거대책이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소득 기준’에 발이 묶여 받을 수 있는 혜택이 하나도 없는 탓이다. 이번 기회에 혹시나 내 집 마련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던 A 씨는 부모님이 아파트를 마련해 준 덕분에 집 걱정 없이 사는 친구 부부를 떠올리며 씁쓸해졌다.
국토교통부는 29일 5년간 120조 원을 투입해 공적 임대 85만 가구와 공공분양 15만 가구 등 총 100만 가구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내용의 ‘주거복지로드맵’을 공개했다. 하지만 “중산층으로 진입하는 주거 사다리가 될 것”이라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모아둔 돈은 없는데 정부가 정한 소득 기준은 넘는 젊은 맞벌이 부부들에게는 여전히 ‘그림의 떡’인 정책들이 대다수다.
서울 수서역세권, 경기 과천시 등 기존 주택지구에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까지 풀며 5년간 7만 가구의 아파트를 공급하는 ‘신혼희망타운’이 대표적이다. 신혼희망타운은 결혼 7년 이내 또는 예비 신혼부부 전용 공공분양 주택이다. ‘초기비용 주택가격의 30% 이내+월 비용 소득 30% 이내 (분양형 기준)’로 설계돼 자금 부담을 줄인 게 특징이다.
문제는 월평균 소득이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20% 이하’라는 기준을 충족해야 입주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지난해로 따지면 3인 가족의 경우 매달 버는 돈이 586만 원을 넘으면 안 되는 셈이다. 웬만한 중견·대기업에 다니는 맞벌이 부부는 ‘고소득자’로 간주 돼 입주가 불가능하다. 신혼부부 특별공급 역시 대상이 확대되고 공급비율도 2배로 늘어나지만,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00%(맞벌이는 120%) 이하’라는 소득 기준을 맞춰야 한다. 내년 1월 출시되는 신혼부부 전용 주택 구입·전세자금 대출도 금리를 0.3~0.4%포인트씩 깎아주지만, 부부합산 연소득이 6000만 원을 넘으면 안 된다.
정부도 소득 기준의 현실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지만, 일단은 저소득층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소득이 적은 신혼부부에게 우선해 집중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앞으로 소득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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