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 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음, 이지수 옮김 / 바다출판사
가장 아름다운 데뷔작의 감독
작품 되짚으며 담백하게 기록
구상서 완성까지 8년 걸린 책
실수·후회·깨달음 등 풀어내
콘티·스케치도 책 속에 수록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 담아
하지만 고레에다 감독은 이 영화를 “반성할 점이 굉장히 많은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와세다대 문예학과 출신으로 소설가 지망생이었던 그가 처음으로 쓴 자서전에서다. 그가 가장 괴로워한 점은 처음 나서는 영화 현장에 대한 불안감에 직접 300장의 그림 콘티를 그렸고, 그것에 얽매여 현장에서 일어나는 재미있는 일을 영화에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 영화가 처음에는 TV 드라마로 계획됐지만 각본 초고를 읽고 빛과 그늘의 묘사에 대한 고집이 생겨 영화화를 결심했다고 한다. 그러고는 제작비를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신인 여배우가 30분 동안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을 듣고는 바로 그를 주연으로 캐스팅했다. 또 돈을 못 구한 상황에서 무모하게 촬영을 감행한 후 “베니스가 좋겠다”고 말한 허샤오시엔 감독의 조언대로 완성작을 베니스영화제로 보내 경쟁부문에 초청되고 상까지 받았다. 고레에다 감독은 이런 과정을 “기적적 행운”이라고 회고하지만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가족의 의미와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떠올리면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후기 같은 서문’에서 “내 작품에 대해 말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데다 능숙하지도 않다”고 썼지만 자신이 살아온 시간의 틈새를 촘촘하게 이어붙인 글을 읽으며 달뜬 표정으로 술술 글을 써내려가는 그의 모습이 연상된다. 이 책은 그의 작품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안내서다. 행간에서 그의 영화에 대한 깊은 고뇌가 느껴지며 그가 만든 영화의 여러 장면이 글자와 어우러져 흘러간다. 또 그가 직접 그린 그림 콘티와 스케치, 메모, 메이킹 스틸 등도 담겨있다.
그가 ‘아무도 모른다’(2005년), ‘걸어도 걸어도’(2009년),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년), ‘태풍이 지나가고’(2016년) 등을 통해 관객에게 선사한 ‘누구나 살다 보면 힘든 일을 겪지만 다 이겨내게 된다’는 메시지는 이 책에서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는 책 마지막 장에서 앞으로 20년 동안 무엇을 어떻게 찍을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소개하며 다음에는 ‘홈’에서 ‘사회’로 시야를 넓혀 법정물에도 도전해 보려 한다고 밝힌다. 그렇게 만들어진 영화 ‘세 번째 살인’이 14일 국내 개봉한다. 448쪽, 1만8000원.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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