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오만·불통… 직언 듣지않아
아버지 기념사업이나 하셨어야”
“대통령제 단점 수선해서 쓰고
국회의원 선거 석패율제 필요”
“정말 답답했다. 오만, 불통, 무능…. 하시지 말았어야 했다. 아버지 기념사업이나 하셨어야 한다”
고건(79) 전 국무총리는 1일 공개한 ‘고건 회고록 : 공인의 길’에서 지난 3월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이렇게 평가하면서 “당사자에게 제일 큰 책임이 있겠지만, 그 사람을 뽑고 추동하면서 진영 대결에 앞장선 사람들에게도 큰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박근혜를 검증 안 하고 대통령으로 뽑은 것 아니냐”며 “보수 진영이 이기기 위해서는 이렇게 해야 한다는 진영 대결의 논리이고 결과다. 중도 실용을 안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나는 구보수가 궤멸했고 진보가 승리했다고 보지 않는다. 구보수는 자멸했다”고 평가했다.
고 전 총리는 지난해 촛불 정국이 본격화되기 직전 청와대에 들어가 박 전 대통령에게 직언한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2016년 10월 30일 당시 박 대통령의 초청으로 청와대에서 사회 원로 몇 명과 함께 차를 마시며 ‘국민의 의혹과 분노는 한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성역 없는 수사를 표명하고, 국정 시스템을 혁신해서 새로운 국정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건의했다”며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결국 촛불집회가 일어나고 탄핵안이 발의, 가결됐다”고 말했다.
고 전 총리는 “산업화 반세기, 민주화 사반세기가 지나 선진국 문턱에서 주저하는 지금 새로운 정치·경제·사회 틀을 만들어야 할 때”라며 “보수·진보 모두가 새 시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야·정 협의체 구성 등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에 대해서는 “특정 세력에 대한 조사와 처벌이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며 “조사해서 처벌할 것은 처벌해야겠지만,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새로운 시스템의 혁신을 기본 목적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전날 회고록 출간을 기념해 연 기자간담회에서도 “적폐 청산의 목적은 특권과 반칙이 없는 공정사회를 만드는 것”이라며 “특권과 반칙이 없는, 재발하지 않는 제도 개혁을 하는 게 근본 목적”이라고 말했다.
고 전 총리는 개헌과 관련해선 대통령제를 고쳐 쓰고, 국회의원 선거에는 ‘석패율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그는 “개헌이 내각제·이원집정부제로 가는 게 아니라 중임제 등 대통령제를 개선하는 차원이라면 국무총리가 아니라 ‘국무조정총리’로 역할을 제도화해야 한다”며 “제일 중요한 건 총리와 내각의 인사권을 분점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은 청와대가 모든 인사권을 가지고 있기에 엄청난 줄서기 인사이다. 각 부처의 국장급까지도 전부 줄서기를 한다”며 “행정 각 부의 실·국장급 인사권은 총리와 각 부 장관에게 부여해야 한다. 이를 헌법에 넣어도 좋고, 법에 넣어도 좋고 법적으로 해야 작동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선거구제로) 호남당, 영남당 지역 패권 정당이 기반을 닦았다”며 “일본식으로 비례대표를 늘리고 석패율제를 도입하면 훨씬 달라질 것이고, 제3지대 형성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1987년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3당 협상 당시 “YS(김영삼)가 설악산에서는 중선거구제에 서명했다가 이틀 뒤 속리산에서 소선거구제로 바꿨다”며 숨겨진 일화도 털어놓았다.
고 전 총리는 1962년 내무부 수습사무관을 시작으로 두 번의 총리, 두 번의 서울시장, 세 번의 장관, 최초 대통령 권한대행을 역임했다. 2007년 17대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 현실 정치를 떠나 야인으로 지내고 있다. 고 전 총리는 “제일 큰 불출마 요인은 중도 실용의 기치를 내걸고 내 정치 세력을 못 만든 것이고, 또 하나는 호남 출신의 한계론”이라고 말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