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이나 SNS 가장하고
전관예우 논란 이용해 개입
내 첫임무는 독립지키는 것”
김명수(사진) 대법원장이 1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재판 결과를 과도하게 비난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며 정치권의 사법부 독립 침해에 대해 강한 톤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김 대법원장은 현 상황을 두고 “어지러운 상황”이라는 이례적인 표현도 썼다. 이는 최근 구속적부심에서 김관진(68) 전 국방부 장관과 임관빈(64) 전 국방부 정책실장을 석방한 결정 등과 관련해 여당의 비난이 잇따르자 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효암(曉庵) 이일규 전 대법원장 서세 10주기 추념식’에서 “대법원장의 첫째가는 임무는 재판의 독립을 지켜내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매우 강한 톤으로 재판의 독립과 법관의 독립을 흔드는 세력을 비판했다. 김 대법원장은 “직접적이고 직설적인 권력의 간섭이나 강압은 군사독재 시대의 종국과 함께 자취를 감췄지만,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들은 아직도 존재한다”며 “여론이나 SNS를 가장해, 때로는 이른바 전관예우 논란을 이용해, 때로는 사법부 주요 정책 추진과도 연계해 재판의 독립을 흔들려는 시도들이 있다”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이어 “이는 헌법 정신과 법치주의의 이념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매우 걱정되는 행태”라며 “어떠한 경우에도 위축됨 없이, 법관이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재판하도록 사법부 독립을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김 대법원장은 효암 선생에 대해 언급하며 “사법부 내부로부터 법관의 독립이 개혁 과제의 하나로 논의되는 지금, 저는 효암 선생이 더욱 그립다”고 밝혔다.
효암 이일규 전 대법원장은 사법 역사 사상 가장 부끄러운 판결로 손꼽히는 1975년 4월 8일 ‘인혁당 재건위’ 사건의 피고인 8명에게 사형 선고를 내릴 당시, 1·2심 재판에 위법적 요인이 많아 다시 재판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유일하게 낸 인물이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판사들에게 “효암 선생께서 말씀하셨듯이 ‘사법부 독립을 뒷받침하는 가장 큰 힘은 그 어떤 타인의 조력이 아닌 우리 자신에게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법부 독립을 확립한 이 전 대법원장의 숭고한 뜻을 기리기 위해 열린 이날 행사에는 김 대법원장 등 대법관 전원과 윤영철 전 헌법재판소장, 전직 대법원장 등 법조계 원로가 대거 참석했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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