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 정치부장

균형자론 안보·경제 위기 자초
김정은체제와 북한 구분 못해
이산 상봉·인도적 지원 제동

北核개발로 동북아질서 변하면
中 주권침해에 3不폐기로 대응
과거→미래 관점 이동이 관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발사 성공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최대의 외교·안보 위기를 맞고 있다. 문 대통령은 중국과 러시아까지 대북 제재를 합창할 때도 ‘대화를 위한 제재’를 줄기차게 주장했다. 그러나 북한은 핵무력 완성 의지를 재확인함으로써 문 대통령의 ‘선한 의도’를 정면으로 배신했다. 이에 따라 미국에 대화 병행을 요구하며 내세웠던 ‘전쟁 방지’란 명분 역시 설득력을 유지하기 힘들게 됐다. 더 큰 문제는 북한이 핵무력을 완성했을 때 문 대통령이 당면하게 될 외교적 배제 상황이다. 미국은 결국 북한과의 대화에 응할 것이고 단독 대화를 원하는 북한은 한국에 중재나 조정의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다.

문 대통령이 처한 위기는 진보적 시각을 기반으로 선택한 외교·안보 노선과 정책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3가지 딜레마에 빠져 있다. 첫째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자를 자처하다 빠진 딜레마다. 문 대통령은 미국으로 기운 외교·안보 정책을 바로 세워 중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면 안보와 경제, 북핵 문제 해결과 평화체제 구축이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러나 미국이 구축한 동북아 국제질서의 틀이 한국 외교·안보 정책의 최대 자산이란 사실을 외면하고 한국의 경제·외교적 역량을 과신하고 중국을 근거 없이 호의적으로 평가한 결과, 두 가지를 다 잃을 위기에 처했다. 둘째는 3대 세습 북한 김정은 체제와 분단된 조국 북한 사이에 낀 딜레마다. 문 대통령은 평화와 통일이란 진보 진영의 지상 명제를 위해 두 가지를 분명하게 구분하지 않았다. 북한 인권문제에 침묵하거나 소극적으로 대응했고 김정은 체제에 대한 독자적 제재에는 시늉만 냈다. 그런 노선은 국내외의 의구심을 불러일으켜 결국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도 제동이 걸렸다. 셋째는 국내 보수·진보 진영의 대립으로 형성된 딜레마다. 문 대통령은 진보 진영의 지지를 바탕으로 보수의 지지를 이끌어 낼 외교·안보정책을 전향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보수 진영을 통일과 평화를 위협하는 세력으로 규정했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에 애매한 자세를 취하다 마지못해 배치함으로써 양쪽 진영 모두로부터 반발과 의심을 샀다.

위기는 기회다. 화성-15형 발사 성공이 가져온 위기는 3가지 딜레마에서 빠져나올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북한의 핵무력 완성은 북핵 위기로 재편된 기존 동북아의 외교·안보 질서를 또 한 번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중국은 ‘북핵 최고 레버리지’란 지위를 잃을 수 있다. 오히려 북핵 폐기는 북·미 간 대화를 통해 실현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선택한 균형자론에서 벗어나 한·미 동맹을 굳건히 할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경제력은 여전히 위협으로 남을 수 있다.

그러나 양국의 경제관계는 상호의존적이고, 무역의 다변화 등을 통해 상당 부분 대체가 가능하다. 미국과 인도·태평양 연대를 구축한 일본의 경우 미국에 이어 중국의 2대 교역국이고 호주는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34%(한국 25%)에 달한다. 따라서 향후 중국이 사드 문제에서처럼 안보와 주권을 침해하는 요구를 계속할 경우 3불 정책(사드 추가 배치,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 참여, 한미일 군사동맹 참여를 부정하는 정책) 폐기나 인도·태평양 연대 가입과 같은 공세적 카드를 꺼내 들 수 있어야 한다. 북·미 대화를 통해 북한 체제의 안정이 보장되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공세적인 입장을 취함으로써 이산가족 상봉과 인도적 지원에 대한 국내외의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 북핵 위기가 본격화되면서 한반도를 바라보는 국제적 시선에서 ‘이념적 분단의 마지막 희생자’라는 사실은 사라졌다. 한반도에서 급변 사태가 발생하면 국제사회는 북핵 관리를 최우선 순위에 둘 것이고 통일 문제는 강대국의 이해관계 속에서 희생될 수 있다. 따라서 통일의 당위성에 대한 국제적 인식 제고는 민족적 과제다.

문 대통령이 빠져나와야 하는 진짜 딜레마는 과거와 미래의 딜레마다. 과거에 매달리면 모두가 적일 수 있지만, 미래를 보면 모두 친구가 될 수 있다. 국내 정치에서는 물론 외교·안보정책에서도 과거의 이념과 논리에서 벗어나 미래의 현실에 유연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인식의 대전환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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